수 십 년간 도로교통의 모든 문제를 총 도로길이의 증가 및 차로 확대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은 전국을 '도로공사장’으로 만들어버렸다.
서울 등 수도권지역은 '지하도로’ 건설을 제기할 정도로 극심한 체증에 시달리는 반면 지방은 곳곳에서 도로를 신설하는 '기형적인’ 도로정책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실태는 모두 도로의 체계적인 관리유지를 외면한 결과다. 선진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건설보다 유지관리에 비용을 훨씬 많이 투입해왔다. 유럽에는 건설된 지 반세기가 지난 고속도로를 멀쩡하게 사용 중인 국가가 상당수 있다.
우선 도로 관련 정보은행 구축이 시급하다.
현재 고속도로와 일반국도를 대상으로 운영 중인 각종 관리시스템을 다른 도로에도 빠른 시일 내에 도입하는 한편 이를 통합관리할 '도로 통합관리 시스템’이 조속히 구축돼야 한다.
이는 예산절감 효과와 도로수명 연장 등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도로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의 전문화도 시급하다. 미국 텍사스 도로국에서는 공무원들을 수시로 재교육시킬 뿐 만 아니라 도로 전문교육을 받은 대학원생들을 공무원으로 채용해 관련업무를 맡기고 있다.
주로 시설물의 설계와 신설에 중점을 둔 도로관리 기준의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도로의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부서별로 상이한 유지보수 지침을 갖고 있는 것도 문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
관리차원의 기술개발과 신공법 도입 등 유지 보수의 혁신만이 10년 사용연한으로 설계 시공된 도로를 5년만에 덧씌우는 '우(遇)’를 반복하지 않는 길이다.
조윤호(중앙대 토목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