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합동조사반' 배경…현대겨냥 초강도 압박

  • 입력 2000년 7월 28일 00시 08분


정부가 상설화를 추진중인 기업 부당행위에 대한 합동조사반은 사실상 수사기능에 버금가는 권한을 보유한다는 점에서 경제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위법성 논란의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안건이 경제장관 회의에 상정되는 것은 하반기 기업 및 금융구조 개혁을 가속화하면서 동시에 재벌압박의 효과도 염두에 둔 다목적용 조치이기 때문.

정부가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논리는 일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위험수위에 달해 이를 제어할 강력한 정책수단이 필요하다는 것. 워크아웃 기업들이 채권은행의 부채 출자전환과 금리 감면, 신규자금 지원 등의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이중 일부는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소홀히 한 채 기업주의 경영일선 복귀 등을 둘러싼 분쟁에 휘말려 있다는 것이다. 금융비용이 절감돼 생긴 원가 경쟁력만을 믿고 무분별하게 덤핑 공세를 벌여 시장풍토를 흐린 것도 문제로 지적돼왔다.

그러나 합동조사반의 실제 의도는 재벌들의 군기를 잡겠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시장 불안의 진원지로 떠오른 현대그룹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는 3월말 이후 거의 한달에 한번 꼴로 시장 불안을 가중시켰다. 정몽구―몽헌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을 시발로 유동성 위기가 반복되면서 정부가 강도 높은 지배구조 개선노력을 촉구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결국 정부는 정권 후반기를 맞아 가까운 시일 내에 재벌개혁의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재벌의 역공에 부닥치는 것은 물론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인해 경제불안이 급속도로 확산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사기구를 설치하는 것은 ‘법과 제도를 통한 개혁’이라는 현 정부의 일관된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정부로서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

부처간 실무 협의과정에서도 이견이 제기돼 경제장관 회의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할지 여부를 놓고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은 조사권의 영역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 것인지 여부. 업무성격상 금융감독위 공정거래위와 충돌할 소지가 크고 위법성 논란까지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사안 자체가 워낙 미묘한데다 부처간 이견이 커 최종 확정과정에서 합동조사반을 상설이 아닌 비상설로 바꾸고 기능도 유관부처간의 정보교환과 조정역할을 부여하는 식으로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원재·최영해기자>parkw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