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내분' 극적타결 가능성… MH '現重 손실보장'제의

  • 입력 2000년 7월 28일 01시 14분


정몽헌(鄭夢憲·MH)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사재를 털어 현대전자 편법 지급보증으로 야기된 현대중공업의 손실을 보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대의 한 소식통은 “해외여행중인 몽헌회장이 전화를 걸어와 현대중공업의 손실을 메워주겠으며, 필요하다면 사재라도 내놓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재출연의 방법으로는 몽헌회장이 보유중인 현대전자의 주식을 매각하는 안을 포함해 다각도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제안이 구체화되면 2400억원을 둘러싼 현대중공업과 현대전자, 증권간의 분쟁이 조기에 해결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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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측은 이에 대해 “몽헌회장으로부터 아직 공식적으로 제안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소송제기가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일인만큼 일단 소송을 낸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중은 무엇보다 ‘구두약속’보다는 구체적인 보전계획 등 가시적인 조치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재정적 부담을 지우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고도 돈을 받아내지 못했는데 구두 약속만으로 노조나 소액주주들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다.

이에 따라 현대중은 일단 소송을 제기한 뒤 구체적인 조치가 뒤따를 경우 취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손실을 보전해 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극적 타결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중심으로 지목된 이익치 현대증권회장을 둘러싼 인책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진통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극적타결될까〓현대중공업 개인 최대주주이자 고문인 정몽준(MJ)의원은 27일 해외출장중인 몽헌회장과의 전화통화에서 몽헌회장으로부터 중공업이 입은 손실을 보전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MH는 이날 통화에서 갖고 있는 현대전자 등 계열사 지분을 팔아서라도 손실을 막아주겠다며 동생을 설득했고 MJ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구조조정위원회는 이날 오후 6시30분경 “올해 안에 현대중공업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결하겠다”는 발표문을 냈다. MH의 전화와 같은 맥락이며 구조위의 발표는 MH의 ‘사인’을 받고 이뤄진 셈이다. MH의 복안은 현대전자 주식 835만8000주(1.7%)를 팔아 해결하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대 안팎의 분석이다. 이날 현대전자의 종가가 1만8000원인 점을 감안할 때 전량 매각시 1500억원대에 달해 2400억원과 현대투신 주식 1300만주의 차액을 충분히 보전하고도 남는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현대중이 이르면 28일 낼 소송도 사실상 무의미해진다. 현대중의 소송 취지인 투명경영의 명분을 회복하는 데 문제가 없는데다 이번 소송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외이사들도 수용할 만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두약속만으로는 타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몽헌회장이 귀국해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봐야 앞으로의 추세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책론은 불씨로 계속 남을 듯〓이번 분쟁의 핵심으로 등장한 각서의 내용이 확인됨으로써 이익치회장이 이번 외자유치에 주도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이회장이 써준 2종의 각서는 김영환 전 현대전자 사장에게 준 것과 김전사장과 연명으로 현대중공업에 맡긴 것이다.

두 각서의 내용은 캐나다 CIBC은행에 대한 지급보증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를 보전하겠다는 것. 이는 이회장이 ‘각서’ 형태로 계열사들을 무리하게 끌어들여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외자를 유치했다는 증거가 아니냐는 게 현대 주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이회장이 그룹의 외자유치 창구였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MH의 약속이 가시화될 경우 지급보증 여부를 둘러싼 현대중의 분쟁상대는 당초 현대전자, 증권에서 현대전자가 빠진 현대증권으로 압축되고 특히 이회장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쪽에서 감지되고 있는 따가운 시선도 이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이회장이 차지하고 있는 그룹 내 위치를 감안해 볼 때 자신의 결단이 없는 한 쉽게 결말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홍석민·이훈기자>smhong@donga.com

▼"현대건설 '특단의 자구노력' 하라"▼

26일 오후 열린 자금시장안정을 위한 은행장 회의에서 은행권이 현대건설에 1800억원을 신규지원하는 문제가 논의됐으나 은행들이 일단은 지원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현대건설은 은행권이 결의한 차입금 만기연장 외에 자구계획 이행중 일시적으로 부족자금이 발생할 경우 은행권에서 신규자금 지원을 해줄 것을 줄곧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26일 은행장회의에 참석한 한 은행 임원은 27일 “회의중에 외환은행 신규자금 지원문제가 제기됐으나 구체적인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부에서 최근 자금을 많이 회수한 후발은행들을 중심으로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왔으나 아직 신규자금을 지원할 단계는 아니다는 의견이 많아 논의 자체가 흐지부지됐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29일 은행이 만기연장키로 결의한 회사채 기업어음(CP)의 만기도래금액 외에 물품대금으로 지불해야 할 금액이 148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현대건설 관계자는 “월말까지 공사대금 1500억원이 들어오기 때문에 물품대는 막을 수 있다”며 “다만 자구계획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시기와 만기도래하는 시기가 미스매치될 수 있어 그동안 은행권에 자금부족시 신규자금을 지원해줄 것을 줄곧 요청해왔다”고 말했다.외환 주택 한빛은행 농협 등 은행권은 5월 이미 2500억원을 CP매입 형태로 지원했으며 지난달말 만기도래한 지원금액을 한 차례 만기연장해 준 적이 있다.한편 은행장 회의에서는 현대중공업 등 알짜배기 회사의 주식처분과 계열분리 등 현대측이 특단의 자구노력을 해줄 것을 재차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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