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최용택/한강 준설해 물관리 만전을

  • 입력 2000년 8월 1일 18시 27분


정부의 물 관리 대책을 보면 홍수예방에는 제방쌓기와 댐건설, 용수부족에는 수중보 건설, 수질악화에는 정화시설 확대 등 주로 시설을 확대하는 정책이 공식처럼 굳어져 있다.

그러나 상류에서 하류까지 토사가 엄청나게 퇴적돼 한강과 하천이 황폐해져 시설을 확대하는 대책만으로는 홍수예방 용수부족 수질악화 등 물 문제를 해소하는 데 역부족이다. 또 과다한 물 관리 대책비가 필요하고 시설 증가로 국토가 훼손될 수도 있다.

한강과 하천의 바닥에 쌓여 있는 토사를 파내고 자연 본래의 모습으로 되살리면, 홍수 때 수위가 댐에 의한 홍수조절 수위보다 낮아져 피해가 줄어든다. 또 수심이 깊어지면 강과 하천에 물이 많아져 용수 부족을 해소할 수 있고 흐르는 물이 많아 오폐수가 유입돼도 희석 및 자정 작용이 강해져 수질이 덜 나빠진다.

현재의 한강은 화천 청평 춘천 의암 소양 팔당 충주댐 등 댐 건설로 약 14억㎥의 수량을 조절하고 약 80억㎥의 용수를 확보하게 됐다. 그러나 강과 하천의 바닥에 토사가 쌓여 주변 농경지나 주거지의 높이와 비슷해 홍수 때면 수위가 주변지대보다 높아져 빗물이 역류함으로써 수해는 줄지 않고 있다. 특히 갈수기에는 지하로 많은 물이 침투돼 한강은 실개천으로 변하고, 하천은 건천(乾川)이 되고 한강 하류에는 소량의 물이 흐르는 등 강과 하천은 물이 말라 거의 흐르지 않고 있다.

실개천이 된 강은 오폐수가 조금만 유입돼도 수질이 악화되고, 건천에 오폐수가 유입되면 지하수까지 썩어 시궁창이 되고 주변 지하수도 오염된다. 여름 가뭄 때는 녹조현상이 생기고 비가 내리면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기본적으로 한강 유역에는 부존 지하수량이 4000억㎥ 정도가 있고 연간 강수량 가운데 지하로 스며드는 53억㎥ 정도의 물이 있다. 따라서 하상을 지하수 수위보다 깊게 하면 강과 하천에 많은 물이 모여 한강은 다시 푸른 물이 흐르고 개울물 시냇물 등 하천에도 곳곳에 많은 물이 흐르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물 문제가 해소되고 향후 용수 수요의 증가에도 대처할 수 있다.

최용택(국회 환경포럼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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