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도기간인 7월 한달간 차근차근 만반의 준비를 갖춰온 병원의 환자들은 손쉽게 약을 지을 수 있었던 반면 준비가 소홀한 병원에서는 환자들이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등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처방자동전달시스템(OCS)이 구축되지 않아 환자들의 불편이 극에 달했다. OCS는 병원 내에서 의사 처방을 전산화해 부문별로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
다른 병원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의사들이 직접 손으로 처방전을 기록했다. 이 처방전을 환자들이 수납처에 접수하면 수납원들이 이를 일일이 컴퓨터에 입력한 뒤 원내 약국에서 처방전을 출력해 나눠주었다. 이 때문에 오전 오후 한때 처방전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40∼50m씩 늘어서기도 했다.
강명원씨(63·서울 성동구 행당동)는 “손자가 갑자기 배탈 설사를 해 빨리 약을 지어 먹여야 했는데 처방전 접수에 40분, 처방전 받는 데 30여분, 약국에서 약을 짓는 데 다시 40여분이 걸렸다”며 “약을 타는 시간보다 줄 서서 기다린 시간이 몇 배나 길었다”고 불평했다.
환자들은 주변 약국의 협조 미비와 의약품 준비 부족으로 또 한번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미경씨(33·여·서울 강남구 역삼동)는 “류머티즘을 앓는 할머니 대신 약을 지으려고 네 군데 약국에 들렀는데 한 가지 약품이 없어 약을 짓지 못했다”며 “약사가 병원의 의사와 전화 한 통화만 하면 되는데 ‘처방전을 다시 받으라’고 해서 병원에 두 번이나 되돌아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7월부터 원외처방을 착착 준비하면서 미리 문제점을 보완해온 서울중앙병원에서는 환자들이 처방전을 발급받아 약을 타는 과정에서 아무런 혼란도 없었다.
먼저 수납처 주변에 자동처방전 발행기를 다수 설치, 환자의 진료카드나 진료번호를 입력하면 처방전이 바로 출력되도록 했다.
발행기는 인근 약국의 위치를 알려주고 그래도 환자가 잘 모를 경우에는 도우미들이 자세히 안내했다. 이 때문에 처방전을 발급받는 데 2, 3분도 걸리지 않아 수납처 주변은 한산하기까지 했다.
특히 환자가 발행기에 나타난 약국 중 하나를 선택하면 처방전이 전산망을 통해 해당 약국에 전송돼 환자들은 수시로 운행되는 셔틀버스를 타고 약국에 도착, 바로 약을 탈 수 있었다. ‘동네 약국’을 선택하면 처방전을 들고 자신이 원하는 약국에 가서 약을 살 수도 있다.
인근 이화약국에서 약을 지은 김영숙씨(35·여·서울 강남구 논현동)는 “의약분업이 시작되면 굉장히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며 “오히려 약을 종전보다 30%가량 싸게 지은 데다 어떤 약을 먹게 되는지 약사의 친절한 복약지도를 받을 수 있었다”며 흐뭇해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