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영재교육 열기…13개 대학 '영재교육센터' 운영

서울대 24동 207호 강의실에는 대학생이 아닌 중학교 2학년생들이 물리 실험을 하고 있었다. 3개의 추가 당기는 힘이 평형을 이루는 원리를 탐구하는 ‘질점의 평형’을 알아보는 시간.

30명의 학생들은 교수의 간단한 설명이 끝나자마자 3, 4명씩 조를 짜 토론을 마치고 각자 전자계산기로 복잡한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10여분 뒤 “답을 찾았다”는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터져 나왔다.

옆 강의실에서도 ‘탄성위치에너지’ ‘플라스틱 굴절률 측정’ 등 대학 과정에서도 하기 힘든 실험을 하는 학생들의 눈이 빛났다.

◆초등생이 대학 수학문제 '척척'

김현식군(반포중 2년)은 “과학에 관심이 많은데 직접 실험을 하면서 원리를 터득할 수 있어 좋다”면서 “세계적 수준의 교수님들을 보면서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연세대 영재교육센터에도 90여명의 영재들이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5개 분야의 교육을 받고 있다. 초등학생 수학반의 경우 수학적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대학생들도 풀기 힘든 수학문제를 몇분 안에 척척 풀어낸다.

교육과정을 미리 배우는 것이 아니라 ‘정수’ ‘자연수’ ‘도형’ 등의 수학 주제에 대한 심화학습을 하는 학생들의 수학적 이해력은 상당한 수준. 매주 내주는 숙제는 며칠을 끙끙대고 고민해야 풀 수 있을 정도로 심오하다.

◆일부 학원 되레 창의력 떨어뜨려

‘영재’만을 위한 별도의 교육 기관이 없기 때문에 일부 대학들이 운영하는 과학영재교육센터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영재교육센터를 운영하는 곳은 서울대 연세대 인천대 경남대 등 모두 13개 대학. 과학기술부는 과학분야에 잠재력과 탁월한 재능을 가진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에게 적합한 영재교육을 98년 9개대에 설치했다. 지난해에 3개대, 올해 제주대가 영재교육센터를 열었다. 과학기술부는 이들 대학에 연간 1억∼1억5000만원을 지원한다.

대학별로 90∼150명씩 선발해 1년 과정으로 가르치고 있는데 지금까지 이 과정을 이수한 영재들은 2400여명. 학기중에는 토요일 오후에 4시간, 방학 때는 집중교육 등으로 연간 100시간 이상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자녀가 영재라고 생각하거나 영재가 되길 바라는 일부 학부모들은 사설 영재학원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기관들은 체계적으로 학생들의 사고력을 키워주기보다 경시대회 준비 등 ‘실적’을 올리기에 급급해 진정한 영재교육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이런 교육은 오히려 아이들의 창의력을 떨어뜨리기 십상이다. 전문가들은 학교 교육과정을 2, 3년 앞서 배우는 ‘속진 교육’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연세대 박승경교수(수학과)는 “초등학생들은 생각이 자유롭게 열려 있어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는데 학원 등지에서 경시대회 요령을 배운 중학생은 머리가 굳은 것 같다”면서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