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김 미스터리 발언 現정권과도 관계있나

  • 입력 2000년 8월 2일 18시 40분


“로비스트는 ‘현재’에 사는 법, 나는 과거는 말할 수 있지만 현재는 말하지 않는다.”

지난달 7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재미교포 로비스트 린다 김(한국이름 김귀옥·47·사진)이 최근 법조계 지인(知人)에게 한 말이다. ‘폭탄선언’을 할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현재’의 의미는 뭘까. 법조계의 해석은 린다 김이 지난 정권의 실력자들뿐만 아니라 현 정권의 실력자들과도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암시했다는 쪽으로 모아진다. 실제로 린다 김의 행적과 검찰 수사를 더듬어보면 이같은 추측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린다.

우선 린다 김의 귀국 배경. 린다 김은 98년 9월 백두사업 로비의혹에 대한 군 당국의 수사가 본격화될 무렵 비밀리에 출국했다가 올 2월 자진 귀국했다.

그의 자진 귀국과 관련해 검찰 고위관계자는 2일 주목할 만한 언급을 했다. “검찰은 이미 지난해 말 린다 김에 대한 수사계획을 세우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체류중이던 그와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다. 당시 검사들이 린다 김과 직접 통화, 자진 귀국해 조사받으라고 설득했다. 귀국이 어렵다면 홍콩 등 제3국에서 조사하자는 제안도 했다.”

린다 김은 이 과정에서 불구속을 보장해달라고 했는데 검찰은 “선처는 가능하지만 불구속보장은 할 수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끝내 귀국을 거부했다.

따라서 그의 갑작스러운 귀국 배경에는 검찰 밖 ‘실력자’의 불구속 보장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도 그의 ‘기대’대로 이뤄졌다. 4월 30일 불구속기소됐다.무기중개업체인 IMCL사 회장으로 있으면서 △영관급 장교 3명으로부터 항공전자 장비 구매사업 등 2급 군사기밀 6건을 불법 취득하고 △백두사업단장이던 1급 군무원 권기대씨(예비역 육군 준장)에게 두 차례에 걸쳐 1000만원을 주고 주미 연락단장인 이화수공군대령에게 840달러와 1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한 혐의. 군 장교들이 대부분 구속된 점에 비춰 ‘주범’인 린다 김이 불구속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당시 린다 김은 변호인도 없었다. 최근 검찰주변에서 조금씩 흘러나오는 얘기를 종합해보면 당시 일선검사들은 린다 김에 대한 구속을 강력히 주장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 상관없이 모든 게 ‘윗선’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중요한 것은 수사내용. 당시 검찰 일부에서는 린다 김의 정관군(政官軍)에 대한 로비의혹을 전면수사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이 역시 관철되지 않았다.

검찰수사 내용과 결과가 축소된 것은 결국 ‘실력자’의 존재와 연관지어 볼 여지가 충분하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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