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이모저모]"처방전 글씨 못 읽겠어요"

  • 입력 2000년 8월 2일 18시 53분


“처방전 글씨를 못 읽겠어요.”

의료계의 부분 폐업 속에 병원과 상당수 동네의원이 원외처방전을 내고 있으나 곳곳에서 글씨를 알아보지 못하거나 10여년전 사용이 중단된 약품을 처방하는 등 특이한 처방전이 속출, 약국과 환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의약분업 전면 실시와 함께 나온 의사들의 처방전 중에는 약품명을 의료보험 청구코드로 적거나 영문으로 흘려 쓴 사례도 있었고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주사제나 수입약품 처방도 있었다.

일부 의원에서는 처방전의 약품명을 영문으로 흘려 써 약사와 환자들이 약품을 구하는데 애를 먹었다. 대부분의 약사들은 전문의약품 조제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처방전의 내용을 ‘해독’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 약국의 약사는 “인근의 한 병원에서 소염진통제인 ‘알타질’ 주사제를 처방했다”며 “이 주사제는 아스피린 성분이기 때문에 알약을 쓰면 되는데 굳이 구하기도 힘든 주사제를 쓴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의원은 한 환자에게 타이레놀 ‘0.833개’와 메디락장용캡슐 ‘0.666개’를 처방하는 등 모든 처방약을 소수점 이하로 적어놓아 약국을 난감하게 만들기도 했다.

한 약사는 “악필인 의사들도 있겠지만 약사와 환자를 골탕먹이려는 의도도 없지 않은 것 같다”며 “동네의원들도 대형병원처럼 컴퓨터로 처방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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