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이 주한미군 사령관을 서울지검에 고발한 것은 지난달 20일. 하지만 검찰은 고발장이 접수된 지 열흘이 지난 2일까지 법률 검토도 마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검찰인사로 수사 담당자가 바뀌는 바람에 법률 검토가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처음부터 수사 일정을 최대한 늦춰 잡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달 21일 “모든 사회적인 문제의 해결에 있어 공권력은 항상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며 수사 진행을 늦추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주한미군 사령관을 직접 불러 조사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검찰은 그 전에 정치 외교적 해법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올들어 매향리 미군 사격장,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불평등 문제 등으로 불거진 반미감정과 남북한간의 활발한 교류에 따라 미묘해진 한미관계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국민 정서도 중요하지만 외교적인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이번 사건의 경우는 특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2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SOFA 개정협상의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것도 검찰이 수사를 미루고 있는 이유의 하나.
협상의 주요 쟁점 중 하나가 이번 고발건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미군범죄 및 주한미군 기지의 환경오염 등을 방지하기 위해 미군 범죄 피의자의 신병인도 시점을 현행 ‘기소후’에서 ‘기소전’으로 변경하고 ‘환경조항’을 신설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시민단체의 입장은 단호하다.
녹색연합 김타균(金他均)정책실장은 “미군이 독극물을 방류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고 미군측도 이미 이를 인정한 만큼 분명한 사법적 처벌이 있어야 한다”며 “앞으로 미군 범죄와 관련, 지휘자에 대한 처벌 선례를 남기는데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