舊與실세-現은행장 수사…나래물산서 10억받은 혐의

  • 입력 2000년 8월 3일 19시 31분


서울지검 특수3부(김우경·金佑卿 부장검사)는 3일 의류업체인 나래물산이 94∼96년 김범명(金範明) 전 자민련 의원과 문민정부 시절 정관계 인사들에게 10억원 가량을 주고 세금을 감면받은 혐의를 잡고 수사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나래물산은 당시 법인세 51억원을 감면받기 위해 민주계 실세이던 A의원과 현직 은행장 B씨, 임채주(林采柱) 전 국세청장 등 7, 8명에게 세금감면을 청탁하면서 1인당 수천만∼수억원씩 총 10억여원을 제공했다는 것.

검찰은 또 A의원의 측근이 나래물산으로부터 A의원에게 전달하기로 하고 받은 돈의 일부를 빼돌린 혐의를 잡고 구속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다음주초까지 세금 감면을 대가로 나래물산으로부터 2억6000만원을 수뢰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의원의 자진 출두를 기다린 뒤 나오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의원부터 시작해 차례로 임 전 국세청장 등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당시 임 전 국세청장과 A의원, 은행장 B씨 등은 받은 돈의 액수가 많지 않거나 병이 깊어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구속수사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임 전 국세청장 등 이들 4명은 모두 “세금감면 청탁을 대가로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나래물산은 청탁 결과 법인세 18억원을 감면받았으나 개인 소득세가 예상보다 많이 나오자 “수억원을 들여 로비를 했는데 효과가 별로 없었다”며 불평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