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앓던 중이염이 재발한 서모씨(37·여·서울 양천구 목동)는 동네 인근 병원이 문을 닫아 이날 오전 11시반 경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찾았지만 외래 대기실에서 2시간 넘게 기다리다 다시 병원 문을 나섰다. 서씨는 “레지던트들만 파업한다고 해 대학병원은 별 차질없을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상황이 심한 것 같다”며 택시를 잡아타고 15분 떨어진 다른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측은 “전공의들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수술 건수도 평소의 절반인 40여건으로 떨어졌으며 방학을 맞아 성형외과 등을 찾은 수술 환자들에게는 대부분 지연 통보를 해 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도 평소 80여건 실시되던 수술이 35건 안팎으로 떨어졌고 서울대병원도 90여건에서 40여건으로 줄어들었다. 경희대병원도 평소 30%에도 못미치는 15건 안팎의 수술만이 진행됐다.
교수들이 불참했는데도 이처럼 대학병원들이 종전과 유사한 파행 진료로 치닫고 있는 것은 1차때보다 상대적으로 파업을 위한 명분을 잃은 전공의들이 당국과의 협상 채널을 거의 닫아둔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1차 파업 때 전공의들의 대표 조직이었던 전공의협의회가 내부 갈등으로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대학병원측은 소속 전공의들의 행방도 알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서울대병원의 한 교수는 “지나가던 레지던트를 붙잡아 잠시 일 시키면 그날은 운이 좋은 것”이라면서 “1차 파업에도 불구하고 의약분업이 예정대로 진행된 데 따른 허탈감이 ‘예비 (개원)의사’들에게는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에 이어 전임의들도 7일부터 파업에 참여키로 한 것도 이같은 ‘예비의사’들의 불안감에다 상대적으로 구심점을 잃고 있는 전공의들에게 힘을 실어줘 당국의 의료발전 대책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당직으로 응급실 진료에 참여하고 있는 경희대병원 전공의 L씨는 “1차 파업 직후 전공의들은 심리적으로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현재의 방식대로 분업이 진행되면 의사로서 장래가 없다는 불안감이 의사들 사이에 팽배하다”고 전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