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死角 강남유흥가]단속주체 하나로 업소분류 2개로

  • 입력 2000년 8월 8일 19시 21분


“이런 법이 어디 있어요. 3일 전에 단속을 맞았다니까요.”

강남구청 단속반원들의 이 일대 유흥업소에 대한 단속에 동행 취재했던 1일, 취재진은 단속에 걸린 한 단란주점 업주의 ‘이유 있는’ 항변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이 업소는 이날도 불법으로 접대부를 고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업주는 “불법 영업하는 곳이 우리뿐이 아닌데 3일만에 다시 단속을 나오다니 너무 억울하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 업소는 같은 이유로 3일 전 경찰에 단속을 당한 것이 확인됐다.

이날 구청 단속반에는 경찰관 1명이 동행, 형식적으로는 구청―경찰 합동단속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런데 그 경찰관조차 3일전 이 업소가 경찰의 단속을 당했던 곳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결국 구청 단속반은 “이 경우 단속을 해도 어차피 3일 전 이뤄진 경찰 단속과 합쳐져 하나의 사안으로 처리된다”며 단속을 포기하고 말았다. 경찰과의 사전 협조가 없었던 탓에 어차피 3개월 영업정지를 받을 업소에 대해 ‘중복단속’을 한 셈이었다.

유흥업소 단속에서 단속 주체 스스로가 업주와의 유착을 끊고 도덕성을 확립하느냐의 여부는 단속의 성패여부와 직결된다. 하지만 이런 ‘도덕성 확립’ 여부를 떠나서도 몇 가지 제도적인 보완이 이루어진다면 단속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유흥업소를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가장 먼저 보완돼야 할 점은 단속 주체의 일원화(一元化). 현재 단속을 담당하는 곳은 지자체, 경찰,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으로 3원화 돼있다. 하지만 어느 곳이 단속을 총괄하는 기관인지 정해져 있지 않고 단속도 각 기관이 알아서 진행한다. 물론 책임도 각자 지는 시스템이다.

이러다 보니 단속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가 없다. 강남구의 경우 단속 대상업소만도 무려 1만1562개. 하지만 단속인력은 구청 2명, 경찰 48명뿐이다. 그나마 경찰은 불법 영업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경우 등 주 2, 3회씩 불규칙적으로 단속에 나선다. 하지만 이런 불규칙적인 단속조차 단속대상을 정할 때 구청과의 사전 협조는 거의 없어 ‘구청 따로, 경찰 따로’의 비효율적 중복단속이 이뤄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단속을 담당하는 두 기관의 정서적 일체감도 전혀 없다. “함께 단속한다”는 공동체 의식보다 상호 불신과 서로를 견제하려는 의식이 강해 효과적인 협조가 이뤄지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경찰서가 강남구청 위생계 직원 16명 전원을 입건한 이후 서울시 홈페이지에는 “강남서장은 코미디하나” “경찰, 너희들이나 잘해라”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등의 격한 반응이 올라왔다. 두 기관의 반목이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다음으로 보완돼야 할 제도적 문제점은 비현실적인 식품접객업의 분류다. 현재 식품위생법시행령에 의하면 식품접객업은 휴게음식점(카페 등 차를 파는 곳), 일반음식점(식당), 단란주점, 유흥주점(룸살롱)으로 분류돼있다.

이중 특히 문제가 되는 곳이 단란주점. 단란주점은 접대부를 고용할 수 없는 대신 유흥주점에 비해 특별소비세가 20%가량 적게 부과되고 건물 재산세도 유흥업소(5%)에 비해 0.3%로 크게 낮은 편이다. 분류 자체가 이렇다 보니 업주들은 당연히 단란주점으로 등록한 뒤 몰래 여성접대부를 고용하는 편법을 쓰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된다.

이 때문에 비현실적으로 분류된 단란주점 제도를 아예 폐지하자는 의견이 높다. 어차피 이미 여성접대부 고용이 기정사실화 돼있는 단란주점에 대해 불법이니 아니니 시비를 벌이는 것보다 모두를 유흥주점으로 통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아예 휴게음식점이니 단란주점이니 하는 복잡한 규제를 풀고 미국식으로 △술을 팔 수 있는 업소(bar)와 △음식만 팔 수 있는 업소(restaurant)로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기혜(鄭基惠·여)박사는 “현행법상 4개로 나누어진 업종을 2개 정도로 통합하는 대신 미성년자 접대부 고용이나 각종 변태영업에 대한 단속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

<이완배·최호원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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