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관객 600만명의 대기록에 이어 일본에서도 1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쉬리’ 돌풍의 주역 강제규 감독(40). 그의 이름 석자는 한국영화의 흥행 ‘보증수표’이자 ‘문화브랜드’로 자리잡았다.
◆관객과 거리 좁히기 주력
시나리오 작가생활을 거쳐 감독, 제작자로 대성공을 거둔 그가 최근 영화관 운영에 뛰어들었다. 동아수출공사로부터 10년간 장기 임대한 구 동아극장(서울 강남구 역삼동)을 개조, 이 달 초 문을 연 복합상영관 ‘ZOOOOZ’(주공공이)의 운영을 맡은 것. 주공공이는 동물원을 뜻하는 ‘ZOO’와 두 번째를 뜻하는 ‘002’의 합성어로서 ‘영화를 즐기는 제 2의 동물원’을 의미한다.
주공공이는 10개 이상의 상영관을 갖춘 기존의 대형 복합관들에 비해 다소 적은 4개관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영화관을 ‘재미있고 신나는 공간’으로 만들어 차별화 하겠다는 틈새전략을 강감독은 세워놓고 있다. 단순히 영화만 보는 공간이 아니라 영화인과 관객의 거리를 좁히는 만남의 장소로 가꾼다는 것. 이를 위해 영화인 초청회, 영화의상 전시회, 영화스틸 포스터 전시회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중이다.
◆"독자 배급망 구축 목적"
“직접 만든 영화를 누구의 간섭 없이 상영할 수 있는 영화관을 갖고 싶은 소박한 꿈을 이룬 셈이죠.”
강감독은 영화관 운영의 ‘진짜목적’은 당장의 수익이 아니라 한국영화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독자적 유통배급망의 구축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영화가 세계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문화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아 이를 뒷받침할 유통배급망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요즘 자신에게 따라붙는 갖가지 미사여구에 부담감을 느낀다는 강감독은 일련의 성과를 뒤돌아보며 뿌듯함을 느낄 겨를조차 없다고 말한다.
“앞으로 갈 길이 너무 멉니다.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아시아 영화시장을 겨냥해 한국영화를 산업화하고 시스템화하는 작업은 누군가가 반드시 해야할 일이죠. 저는 그 역할의 일부를 맡아 최선을 다할 각오입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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