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사는 이날 검사신문도 생략한 채 바로 김회장에게 “약사법 개정내용에 대체 임의조제를 엄격히 제한한다는 규정이 들어있는데 아직도 불만이 있느냐. 이미 의약분업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이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회장은 “약을 낱알로 뜯어 파는 나라는 오직 한국뿐이다. 미국식 완전분업을 실시하면 된다”고 응수했다. 그는 이어 “대체조제는 사후통보하게 돼 있는데 뭐가 큰 문제냐”라는 김판사의 질문에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우리나라의 약은 절반 가량이 약효가 없다”며 약을 실험 분류하는 세 가지 방식을 설명하는 등 전문지식으로 맞섰다.
김판사는 “의사들이 미리 준비하지 않고 있다가 이제 와서 새로운 제도에 반대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 대안도 없는 상태에서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고가는 것은 잘못”이라며 “이의 해결을 위해 의사들이 실비(實費)만 받고 무료진료를 하는 방법까지 생각해 봤다”고 밝히기도 했다.이 같은 김판사의 말에 의협측 인사들이 자리잡은 방청석에서는 “재판부 기피신청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웅성거림이 일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