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병이 들었다는 말은 어떤 장기의 세포가 손상됐다는 의미다. 이를 고치려면 손상된 부위에 건강한 세포가 자라나게 하면 된다. 그러나 이 일은 웬만해서는 자연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예 건강한 세포를 이식하면 문제 해결의 가능성이 커진다. 예를 들어 췌장 기능이 떨어져 당뇨병에 걸린 사람에게 건강한 췌장 세포를 이식하면 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세포는 면역적으로 거부반응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인간배아복제는 바로 자신의 세포를 이식할 수 있는 재료를 만든다는 점에서 면역거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자신의 체세포를 떼내 복제한 후 이를 배아(embryo) 단계까지만 키워내고, 이로부터 몸의 모든 조직을 형성하는 원천인 대량의 줄기세포(stem cell)를 얻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줄기세포에 적절한 처리를 가해 췌장세포로 자라게 한다면 당뇨병 치료는 훨씬 쉬워질 것이다. 알츠하이머 치매나 암에 걸린 환자에게 같은 원리를 적용하면 난치병 극복의 길이 성큼 앞당겨진다는 의미다. 마리아불임클리닉 박세필 기초의학연구소장은 “현재 한국의 복제기술은 세계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하고 “이번 연구 결과로 한국도 난치병 치료의 본격적인 출발선에 서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인간배아복제의 성공은 많은 윤리적 논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7월 30일 영국의 선데이타임스는 영국 정부가 인간 배아 복제를 허용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당일 정부 대변인은 이 보도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윤리 문제 때문이다.
우선 인간의 배아를 생명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 일부 과학자들은 수정 후 14일까지의 배아는 몸의 어느 부분으로 자랄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엄격한 의미에서 생명체라 말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수정 단계를 생명의 시작으로 보는 종교인이나 윤리학자들의 입장과 크게 대비된다. 이 입장에 따르면 배아에 손을 대는 것은 생명체를 함부로 조작하는 것이다.
또 인간 배아 복제가 단지 ‘배아’ 단계의 실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 ‘개체’ 복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1999년 9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주최로 열린 ‘생명복제기술 합의회의’는 “인간 배아 복제를 전면 금지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김훈기과학동아기자>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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