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의료대란]醫-政 대타협 길은 없나

  • 입력 2000년 8월 10일 01시 18분


대한의사협회가 11일부터 전면 재폐업에 돌입키로 결정한 가운데 정부가 9일 밤 의료계와의 막후대화를 시도했지만 의료계가 이를 거부, 의료계 폐업사태가 더 악화되는 듯한 느낌이다.

▼崔장관 막후대화 일단 실패▼

최선정(崔善政)보건복지부 장관은 9일 관계장관 회의에서 내놓은 의보수가 인상 등의 대책을 제시하며 의협 상임이사 및 전공의 대표를 만나 폐업을 철회하도록 설득하려 했다. 정부가 8·7개각을 계기로 의약분업 문제 해결에 적극성을 보이며 대화를 통한 수습을 제의하자 의료계도 여기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판단했기 때문.

▼"정부입장 변화없다" 의사들 강경▼

그러나 의협 상임이사회는 당초 8일 밤 열린 긴급 상임이사회에서 분업이 1주일 가량 실시된 결과 대체조제와 임의조제 폐해 등 우려했던 문제점이 실제로 드러났고 회원 생존권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이 전개돼 전면 재폐업 등으로 강경 대응했다. 이는 의료계의 협상력 강화 카드라는 시각이 많았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의료계 폐업을 조속히 해결하라고 지시한 이후 최 장관이 구속 중인 김재정(金在正)의협회장을 면회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의료계 요구를 최대한 관철시키기 위해 강경책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의협은 당초 성명서를 통해 “보건복지부장관이 새로 취임한 만큼 정책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며 재폐업 돌입시점을 11일로 늦췄다. 그러나 전면 재폐업을 앞두고 의정(醫政)대타협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상황에서 의료계는 “정부 입장에 달라진 게 전혀 없다”며 대화거부로 돌아섰다.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 전임의는 물론 서울대 등 전국 의대 교수들은 구속자 석방 및 수배 해제, 약사법과 시행령의 재개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서 정부 입장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의료계 내부이견도 수습 어렵게▼

여기에다 의협 산하의 신상진(申相珍·수배 중)의권쟁취투쟁위원장이 의료계 투쟁은 의쟁투가 중심이 돼야 하며 폐업철회 역시 회원투표로 결정해야 한다는 지침을 PC통신 등에 올려 대타협 분위기에 제동을 걸었다.

의협 병원협회 의대교수 전공의 전임의별로 현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 정부대책이 의료계 전체를 만족시키기 힘든 점도 수습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예를 들어 의협은 공식적으로는 선진국형 완전분업을 주장하지만 일부에서는 임의분업을 요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분업실시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좌절감을 가진 전공의와 전임의가 정부의 카드에 어떤 태도를 취할지가 사태해결의 가장 큰 변수”라고 말했다.

<송상근·정용관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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