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재폐업]"왜 아픈 우리들만…" 환자들 분노 폭발

  • 입력 2000년 8월 12일 01시 09분


11일 대형병원의 외래 진료가 중단되고 상당수 동네의원이 휴폐업에 동참하는 등 의료계의 전면 재폐업 및 의료공백 사태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환자들의 불편과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국민은 환자의 생명을 아랑곳하지 않고 폐업을 일삼는 의료계는 물론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정부에 대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의료계 폐업〓전날 정부의 ‘보건의료 발전대책’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의협 및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동네의원 상당수가 진료를 하지 않았다.

이날 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1만9522개 동네의원 중 59.8%인 1만1672개 의원이 휴진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의 28.6%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6월 폐업 때의 첫날 동네의원 휴진율은 92.3%였다. 또 의대 교수들이 외래진료에서 철수함에 따라 대형병원들의 외래진료가 대부분 중단됐고 주요병원의 병상가동률도 50∼60%로 떨어졌다. 이날 의료계의 휴진에 따라 오전부터 정상진료를 한 국공립병원과 보건소, 병원 응급실 등에는 환자가 평소보다 20∼30% 가량 늘어나 혼잡을 빚었고 환자들의 대기시간도 2배 이상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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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쟁투는 12일 오후 5시 중앙대에서 전국의사대회를 열 예정이나 경찰이 이를 원천봉쇄할 방침이라고 밝혀 충돌이 예상된다.

▽시민 환자 반응〓‘의약분업 정착을 위한 시민운동본부’와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국민건강권 수호와 의료계의 집단폐업 철회를 위한 범국민대책회의’를 구성해 12일 낮12시 서울역광장에서 의료대란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위한 원고인단 모집 및 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신종원(辛鐘元)시민운동본부 운영위원장은 “이번 재폐업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테러행위”라고 규정하고 항의방문과 차량경적시위 등 범국민적 저항운동을 조직적으로 전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에게 부담을 안겨주는 의료보험수가 인상 등 정부의 의료대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서울대병원에 입원중인 최모군(17)은 “목뼈가 부러져 입원했는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고통스럽다”며 “의사들이 자기 가족이 아파도 이렇게 할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이날 ‘2차 의료대란’과 관련해 “법과 원칙에 입각해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김대통령은 김정길(金正吉)법무장관으로부터 이번 사태에 관한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그러나 끝까지 대화와 설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고 당부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는 12일 의료계 재폐업 사태와 관련해 발표한 특별담화에서 의료계의 조속한 현장복귀를 호소하고 곧 가동될 보건의료발전특위에서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묵·정용관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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