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사파이어/"재임중 좋은일 모두 나의 공로"

  • 입력 2000년 8월 15일 18시 50분


《이글은 NYT 칼럼니스트 사파이어가 고어를 대통령 후보로 지명한 민주당 전당대회날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최근 심정을 풍자해서 쓴 글이다》

친애하는 민주당원 여러분.

저에 대한 여러분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 덕분에 민주당이 카터―먼데일―듀카키스로 이어지는 황무지 같은 시절에서 벗어나 영광스러운 8년 동안 백악관을 지킬 수 있었다는 여러분의 감사 말도 고맙습니다. 공화당이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보복을 하기 위해 헌법을 수정해서 대통령의 연임을 두 번으로 제한하지 않았더라면, 오늘 밤 저는 “저의 대통령 후보 재지명을 받아들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밖에도 저는 오늘 밤 하고 싶은 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저는 ‘명예와 품위를 회복’해야 한다며 저의 사생활을 비난하는 부시와 체니에게 그 가시 돋친 말들을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들을 그렇게 공격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함정에 걸려드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될 것입니다.그래서 저는 제 감정을 억누르고 저의 도덕을 문제삼았던 사람들에게 감사를 보내는 시늉을 할 작정입니다. 특별검사 케네스 스타와 헨리 하이드, 제가 저의 그 문제(섹스스캔들 등)와 정면으로 마주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주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앨 고어는 자신의 잔치가 되어야 할 전당대회에서 제가 저의 개인적인 문제들을 언급하며 결백을 주장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저한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좋은 것은 앨 고어에게도 좋은 것입니다. 이번 선거는 바로 저의 잔치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는 그런 눈치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모든 선거는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만 말하겠습니다

저는 제 마음이 두 갈래로 분열되어 있음을 고백합니다. 제 마음속의 천사는 앨 고어가 선거에서 이기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야 백악관에서 보낸 저의 8년이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 마음속의 악마는 민주당원들이 저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앨 고어가 선거에서 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힐러리의 뉴욕 상원의원 출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그녀가 저를 용서해준 것에 대해 빚을 지고 있는 심정이고, 혹시 앨 고어가 선거에서 지는 경우 저의 대통령으로서의 실적을 증명해줄 또 하나의 증거로서 그녀의 승리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속의 악마는 그녀가 선거에 져서 우리 가족의 유일한 승자가 누구인지를 깨닫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8년 동안 일어났던 모든 좋은 일들이 모두 저의 공로였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사랑스러운 장난꾸러기가 되어 민주당원들이 저의 매력을 그리워하도록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부시가 선거에서 이기면 경제가 퇴보할 것이라는 말로 사람들에게 겁을 주고, 저의 적들에게 수많은 감사의 말을 쏟아내서 그들을 깜짝 놀라게 할 것입니다.

이제 클린턴에게 싫증이 났다고 하셨습니까. 저의 연설이 끝난 다음에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밤은 여러분이 클린턴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첫 번째 밤이 될 것입니다.

(http://www.nytimes.com/library/opinion/safire/081400safi.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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