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의정대화 당분간 힘들듯

  • 입력 2000년 8월 16일 19시 01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했던 의료대란 사태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는 16일 의료계 폐업 파업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약국의 한시적 임의조제 허용 등 비상의료 대책을 내놓았다. 의료계도 이에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 의료사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정부가 강경으로 돌아선 이유〓“의료계 파업 사태가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선정(崔善政)보건복지부장관은 이날 ‘의료계 집단 폐업 및 파업 장기화 관련 대책’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특히 의료계 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전공의를 직접 겨냥해 복귀 거부시 해임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공의 해임 조치가 실제 이뤄질 경우 6000명 이상이 징집 요건에 해당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입장이 이같이 강경하게 돌아선 것은 국민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정부가 의료계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는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또 “대학병원이 전공의 없이도 본연의 진료기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비상진료체계를 확립하겠다”고 밝혀 차제에 3차 진료기관이 전공의에 의존해 외래진료에 치중하는 왜곡된 진료체계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의료계의 움직임〓주수호(朱秀虎)의권쟁취투쟁위원회 대변인은 “17일 열리는 의권쟁취투쟁위원회에서 의료계의 입장과 대응책이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격탄을 맞은 전공의는 발끈하는 모습이다. 전공의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동료들 중 한사람이라도 피해를 보게 된다면 원상복구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공의들은 정부와의 대화 요청을 거부한 채 이날 국회의장과 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을 차례로 방문해 의료계의 입장을 전달하는 등 외곽 공세를 펼치고 있다.

▽전망〓최장관은 이날 강경 입장을 밝히면서도 “정부와 의료계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대화를 촉구했다. 반면 의료계는 “지금은 대화의 시기가 아니다”는 분위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의정(醫政) 대화가 빠른 시일 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복지부 실무진과 전임의 병원 봉직의 의대교수 등과의 비공식 접촉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안에서도 비난 여론이 비등한 상황을 감안해 어느 정도 여건이 성숙되면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전격적으로 대화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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