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교차로 일대. 종로 쪽에서 안암동 방향으로 좌회전하는 차로는 2개나 되지만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3차로에 있던 차량까지 ‘잽싸게’ 좌회전 차량 대열에 끼어들었다. 이 때문에 신호가 바뀌어도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차량들과 맞은 편에서 진입해오던 차량들이 뒤섞여 교차로 일대는 아수라장이 돼 버렸다.
더욱이 안암동 방향으로 들어가던 차량들은 이 도로에서 U턴하는 차량들과 다시 섞이는 바람에 교통혼잡은 가중됐다.
같은 시간 강남구 신사역 부근 교차로도 마찬가지. 도산사거리 쪽에서 강남역 방향으로 좌회전하기 위한 차량들이 줄을 잇는 바람에 신호가 바뀌자마자 반포방향에서 도산사거리 쪽으로 직진하려던 차량들은 교차로 한복판에서 ‘접전(接戰)’을 치르고 있었다.
서울시내 교차로에서 차량들이 뒤엉키는 현상은 이제 만성화돼 가뜩이나 심각한 교통흐름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물론 출퇴근 시간대 도심 교차로에서는 정도가 더욱 심하다. 개인택시 운전사 이모씨(51)는 “운전자들은 서울시내 교차로에서 신호가 바뀌더라도 무조건 앞차 뒤에 자기 차를 바짝 붙이는 게 생활화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교차로가 외곽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도심지의 교통혼잡은 훨씬 심각하다. 서울시가 최근 폭 20m 이상 주요 간선도로의 통행지체 원인을 분석한 결과 ‘교차로 대기’가 57.5%로 가장 높았다. 도로유형별로 살펴보면 도심 간선도로 64.23%, 신도시 연결도로가 70.5%여서 눈길을 끌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차량 정지시간이 지난해에 비해 0.4% 늘어난 것은 차량대수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교차로 부근에서 차량이 자주 뒤엉키는 현상도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교차로 뒤엉킴 현상을 막기 위해 우선 강남지역의 교차로 82곳에 신신호시설을 지난달 초에 설치, 운영에 들어갔다. 신신호시설은 도로 밑에 차량통행량을 자동 체크할 수 있는 ‘전자감응장치’를 설치해 교차로 신호주기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 대응은 근본 처방이라고 하기에는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신호주기가 탄력적으로 바뀐다고 하더라도 앞차에 붙고 보자는 식의 운전자 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교차로 전쟁’은 없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통전문가들은 “교차로 부근에서 꼬리를 무는 차량을 단속하기 위해 교차로 부근에 무인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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