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구입한 그의 탐지기에서 갑자기 ‘삐익’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김씨는 급브레이크를 밟아 차의 속도를 줄였다. 역시 그의 탐지기는 ‘족집게’였다. 1㎞정도쯤 더 가니까 무인속도측정 카메라가 나타났다.
6만원의 범칙금과 벌점을 받을 위기를 넘긴 김씨. ‘탐지기를 설치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동료 운전사들에게도 탐지기 설치를 권유했다.
▽경찰 비웃는 탐지기 판매업자〓‘무인속도측정카메라 탐지기’는 불법장비다. 그러나 최근 법과 경찰을 비웃기나 하듯 탐지기가 공공연하게 제작돼 전국적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전파송신기 또 몰래 매설▼
경찰은 5월 탐지기 판매업자 5명을 구속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탐지기가 무인속도측정카메라에서 나오는 전파를 통해 카메라의 위치를 알아낸다는 것은 사기”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택시운전사 김씨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이 탐지기는 과속을 즐기는 운전자들의 ‘필수장비’가 되어가고 있다.
당시 경찰조사 결과 구속된 업자들은 전국 294개 무인속도측정카메라 중 서울 올림픽대로, 일산 신도시 주변 자유로, 경춘국도 등 142곳의 카메라 전방 1㎞부근 가드레일 등에 불법 송신기를 부착하거나 매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들이 팔아온 탐지기는 송신기에서 나온 전파를 수신하는 장비였다.
이에 따라 경찰은 그들이 설치했던 불법 송신기를 모두 떼어낸 뒤 “시중에서 구입한 탐지기는 더 이상 효능이 없다”고 자신했었다.
▽탐지기 다시 기승〓경찰의 발표가 있은 지 3개월도 채 안돼 탐지기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탐지기 판매업자들이 경찰의 송신기 철거 후 무인속도측정카메라 주변에 다시 송신기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탐지기의 개당 가격은 10만∼20만원. 한 탐지기 판매업자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 팔려 나간 탐지기는 10만여개로 추산된다고 한다.
▼시중에 10만여개 팔려▼
이 업자는 “탐지기는 제작비 등을 감안할 때 개당 이익이 가격의 5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경찰이 송신기를 철거하더라도 다른 업자들이 송신기를 또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운전사 최모씨는 “속도위반으로 단속될 경우 범칙금이 6만원이기 때문에 카메라를 두 번만 피하면 구입비가 남는다는 생각에 탐지기를 구입하는 택시운전사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탐지기에 관심을 갖는 승객들도 많다”고 귀띔해 일반 운전자들 사이에서도 탐지기 구입 붐이 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