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학공단 특성상 대형사고가 발생할 경우 엄청난 인명과 재산피해가 뒤따르는 데도 관계당국의 안전점검이 형식적이어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67년 호남정유 공장 착공을 시작으로 조성된 여천산단은 931만평의 부지에 114개 업체가 입주해 1만2000여명의 종업원이 연간 14조원의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석유화학 단지다.
여천산단에는 정유공장 1개, 석유화학공장 40개, 위험물저장시설 5개, 가스공장 6개, 발전소 2개 등이 밀집해 있어 사소한 사고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불씨를 안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체가 유독성 화학물질을 취급하면서도 안전관리를 소홀히 해 해마다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여천산단에서는 올 4월과 5월 ¤LG화학 공장에서 정전기로 인한 화재와 암모니아 누출로 8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올 들어서만 10건의 안전사고가 잇따랐다.
특히 89년 10월에는 럭키화학 공장 폭발사고로 16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치는 최악의 참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밖에 소규모 화재나 가스 누출 등으로 공단조성 이후 최근까지 171건의 사고로 78명이 숨지고 146명이 부상했으며 재산 피해액만도 92억4000여만원에 달하고 있다.
이번 호성케멕스 공장 폭발사고는 안전관리 소홀에서 비롯된 ‘인재(人災)’로 드러나고 있다. FRP(섬유강화플라스틱) 경화제(硬化製)를 생산하는 메틸에틸케톤―퍼옥사이드(MEK―PO)공장에 반응―숙성―정제―저장―포장의 생산공정 가운데 반응과 숙성 공정에만 온도계 등 안전장치가 마련됐을 뿐 폭발 진원지로 추정되는 저장―포장 과정에는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사고 발생 6일 전인 18일에 사고지점 인근 공장에서 가스가 새는 사고가 있었는데도 사고 당일 안전장치에 대한 점검도 없이 시험가동을 한 것으로 드러나 안전 불감증을 여실히 드러냈다.
당국의 허술한 안전점검도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여수시는 인력 3명으로 100여개 공장에 대한 정기 안전점검을 1년에 두차례 실시하고 있으나 인력 부족으로 점검 때마다 공장의 전체 공정이 아닌 일부 공정만을 점검하고 있다. 여수시 관계자는 “규모가 큰 공장의 경우 모든 공정을 점검하려면 1개월 정도 걸리는데 현재의 인력으로는 전체 공장을 점검하는 게 무리”라고 털어놨다.
또 한국가스안전공사 소방서 등에서 매년 한차례 이상 안전점검을 벌여 100여건의 위법사항을 적발하고 있지만 개선명령을 내리는 데만 그쳐 처벌 또한 ‘솜방망이’인 실정이다.
여천산단 내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 지자체 업체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환경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관련법규에 따라 안전점검 분야가 시청 가스안전공사 전기안전공사 환경청 노동청 소방서 등으로 나눠져 효율적인 점검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만큼 환경안전종합대책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 여수환경운동연합 조환익(趙煥翼)사무처장은 “노후시설 교체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꺼리는 업체의 안전불감증과 당국의 안이한 대처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사고는 계속될 것”이라며 “민관 공동기구를 상설화해 여천산단의 환경안전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수〓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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