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이 녹아 인체에 흡수돼 치명적인 급성 중독을 일으킬 것이라는 얘기는 근거가 없다. 납은 섭씨 320도 이상에서 녹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순천향대의대 이병국(李秉國·예방의학)교수는 “조리 과정에서 미량의 납 성분이 흘러나왔을 수는 있지만 납이 녹아 체내에 축적됐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납이 든 꽃게와 그렇지 않은 꽃게를 끓인 뒤 이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녹호(金祿皓)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다른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납 꽃게를 끓였을 경우 납 성분이 상당히 우러나올 수 있고 납을 통째로 씹었거나 삼켰을 경우에도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하대의대 약물중독센터 노형근(盧亨根·예방의학)소장도“납 성분이 함유돼 있는 상수도관 연결부위가 납중독의 원인 중 하나”라면서 “납 성분이 있는 주전자로 물을 오랫동안 끓여 먹어도 납중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납이 든 꽃게를 끓여 며칠 동안 계속 먹었을 경우 중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그는 “어린이의 경우 흡수가 잘 되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납 꽃게탕을 먹었을 경우 납 성분이 어느 정도 흘러나올지, 이를 먹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의 여부는 전문가들 사이에도 견해가 다르고 정확한 실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량의 납이라도 오랫동안 축적되면 콩팥 등 장기나 신경계통을 서서히 마비시키며 뇌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주어 경련이나 혼수상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