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銀 편법대출 외압설…검찰 수사포기 의혹증폭

  • 입력 2000년 8월 27일 19시 13분


검찰이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에 대한 수사를 서둘러 끝내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지검 조사부(곽무근·郭茂根부장검사)는 27일 101억원을 편법 대출받는 대가로 한빛은행 전 관악지점장 신창섭씨(47·구속)에게 1100만원을 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로 건축자재 수입업체인 A사 대표 박혜룡씨(47)를 구속했다.

검찰은 그러나 이 사건의 외압의혹을 규명하는데 열쇠가 될 수 있는 대출금의 사용처를 조사하겠다던 당초 수사계획을 철회해 의구심을 일으키고 있다.

검찰은 신씨가 대출을 허가해 주는 과정에 정관계 또는 금융계 인사의 압력이 있었다는 논란이 일자 박씨의 돈이 실제로 어디에 쓰였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었다. 이는 박씨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인사에게 대출금 중 일부가 전달됐는지를 알아보는 것으로 외압 또는 청탁 여부를 가릴 수 있는 핵심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은 구속된 박씨의 동생이 최근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는 은행가의 소문을 입수해 놓고도 “사실확인도 하지 않았다”고 말해 의혹을 증폭시켰다.

박씨의 동생은 5월까지 청와대 공보수석비서관실에 근무했으며 청와대 외부 인사의 천거에 의해 청와대에 들어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씨가 신씨에게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의 조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나 아직까지 대출과 관련해 부당한 압력 등이 행사된 혐의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런 소문은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며 “신씨가 자기 개인의 판단에 따라 대출을 결정했고 외압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씨가 이미 150억원의 빚을 지고 있는 기업에 대해 허위로 내국 신용장을 개설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100억원이 넘는 돈을 불법 대출해준 대가로 받은 돈이 1100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외압이나 청탁이 있었을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검찰은 박씨와 함께 67억원을 대출받은 R사 대표 이모씨를 소환 조사한 뒤 26일 귀가시켰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와 이씨 등은 서로 공모해 편법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이나 일단 주동자격인 박씨만 구속 수사하고 이씨에 대해서는 앞으로 수사를 더 해 구속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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