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의 핵심 의혹사항은 A사 대표 박혜룡씨(47·구속)와 전 대통령 공보수석비서실 행정관(3급)인 동생 현룡씨(40)가 대출과정에서 외압을 동원했느냐 여부.
은행 지점장이 혜룡씨 등 3명에게 모두 463억원이라는 거액을 독자적으로 대출해줬다고 보기에는 선뜻 수긍이 가지 않는다. 특히 혜룡씨 외에 중소업체인 S사 대표 민모씨와 R사 대표 이모씨가 아무런 배경도 없이 300억원이 넘는 거액을 대출받은 것도 석연치 않다. 게다가 이씨는 대출금 67억원 중 60억원, 민씨는 250억원 중 상당액을 혜룡씨에게 넘겨준 것으로 알려져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한 대목이다.
혜룡씨 형제와 전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인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혜룡씨가 대출과정에서 은행지점장 등에게 자신을 ‘박장관의 조카’라고 소개한데다 현룡씨는 박장관이 공보수석일때 보좌관을 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따라서 혜룡씨 형제가 단순히 박장관 등을 포함한 정관계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대출을 받는 데 활용했는지, 아니면 박장관 등이 실제로 모종의 역할을 했는지를 규명하는 게 이번 사건의 관건이다.
또 지난해 3월 현룡씨가 형과 함께 신용보증기금을 찾아가 15억원의 대출을 요구한 것도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게다가 대출보증서 발급 압력을 거절한 전 신용보증기금 서울영동지점장 이운영(李運永)씨에 대한 사직동팀의 내사도 석연치 않은 대목.
사직동팀은 청와대의 하명사건을 내사하는 조직으로, 활동범위도 공직자나 공공기관의 임직원에 국한되는데 일개 금융기관 지점장에 대해 집중적인 내사를 벌인 것은 권력층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특히 이씨가 현정권의 고위인사로부터 압력을 받았다는 탄원서까지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이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엄청난 ‘핵뇌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쨌든 두 사건은 외압의혹을 받는 ‘등장인물’이 동일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현재로선 별개의 사건으로 다뤄지고 있지만 사건의 본질에 있어서는 같은 맥락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검찰의 수사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