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銀 편법대출 4대 의문점]대출금 정치권유입 의혹

  • 입력 2000년 8월 31일 00시 42분


《한빛은행 거액 불법대출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 사건의 핵심인 외압의혹과 대출금의 사용처에 대한 수사를 주저하던 검찰은 마지못해 이 부분에 대해 손을 대기 시작했으나 과연 어느 정도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출금 배분때 불화있었나▼

▽의혹 1:사건이 왜 터졌을까〓 건축자재 수입업체인 ‘아크월드’ 대표 박혜룡(朴惠龍·47·구속)씨와 전기 기자재 생산업체인 S사 대표 민모씨, 부동산개발업체 R사 대표 이모씨가 공모해 불법대출을 받기 시작한 시점은 올 2월.

이들은 그때부터 1000억원이란 거액을 대출받고 그중 일부를 갚았다. 사건으로 불거진 것은 6월 21일부터 본점의 감사가 시작된 8월초까지 160여차례에 걸쳐 대출받은 돈 463억원을 갚지 않았기 때문. 그러나 그전까지 이들은 100여차례에 걸쳐 대출을 받고 모두 갚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왜 6월 20일 이후 갑자기 변제가 중단됐을까. 박씨 주변에선 박씨가 함께 대출을 받은 민씨와 이씨 등 3명 사이에 대출금의 배분을 둘러싼 문제 등으로 불화가 생긴 때문이 아닌가 풀이하기도 한다.

검찰 수사결과 이씨는 대출액 67억원중 60억원을, 민씨는 250억원중 60억∼70억원 가량을 박씨에게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빛銀 왜 뒤늦게 고발했나▼

▽의혹 2: 한빛은행이 처음 쉬쉬한 이유〓 한빛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본점에서 관악지점 신창섭 전 지점장의 불법대출 문제를 사전에 알고도 쉬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결국 검찰에 고발하긴 했지만 지점이 아닌 본점 차원에서 외압을 받아 결정한 대출이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한빛은행은 이미 4월 내부 부서에서 관악지점의 불법대출 징후를 발견, 본점 검사부에 조사를 촉구했으나 감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기관에 보고하지 않은 채 내부적으로 조용히 해결하려 했던 게 아닌가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에 대해 한빛은행측은 지난해 7월 한일 상업은행간 통합과정에서 서로 다른 전산시스템 때문에 대출검사 항목 일부를 제외하는 바람에 불법대출을 뒤늦게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지점장 혼자 대출 결정했나▼

▽의혹 3: 지점장의 대출한계〓 일선 은행 지점장들은 “본점의 최고위층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고 외압이 있었다면 그 외압은 지점장인 신씨가 아닌 본점 고위층을 통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결같이 말하고 있다.

서울 A은행 지점장 김모씨는 “요즘 일선 은행 지점장들에게는 전결권이 거의 없다. 신씨가 혼자만의 재량으로 그런 거액을 대출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은행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상식적으로 볼 때 은행 지점장이 결재할 수 있는 대출 한도액이 정해져 있다”며 “그것도 대출을 받는 쪽의 신용등급이 최상이거나 양질의 담보가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C은행의 한 지점장도 “IMF체제 이후 때 각 은행들이 대출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으며 홍역을 치른 뒤부터 어지간한 액수의 대출은 전부 본점의 여신승인부에서 결재한다”고 말했다.

▼거액 도대체 어디에 썼을까▼

▽의혹 4:거액을 어디에 썼나〓 아크월드 대표 박씨가 왜 그런 거액을 대출받아야 했느냐도 의문이다. 더구나 다른 2명이 대출받은 돈 중에서도 120억∼130억원을 넘겨받고 사용처도 불분명하다는 점은 의혹을 부추기는 대목.

특히 아크월드는 2월 불법대출이 시작되기 전 이미 관악지점에 150억원 가량의 빚을 지고 있었고 그 상황에서 신 전지점장이 무리하게 거액을 추가 대출해준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대출금의 상당부분이 4·13총선 등을 앞두고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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