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아크월드 불법대출 관련사에 대출한 돈의 총규모도 이 지점 전체 여신액(1300여억원)의 70%가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분산대출을 통해 위험도를 낮춰야 한다는 기본적인 대출원칙조차 지키지 않은 것으로 관악지점이 아크월드사의 ‘사금고’로 전락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빛은행 검사부가 31일 발표한 ‘관악지점 사건 관련 여신 현황’ 자료에 따르면 관악지점은 본점의 특별감사가 시작된 8월12일 현재 아크월드 등에 담보대출 424억원, 위조 내국신용장을 이용한 대출 470억원 등 모두 1004억원을 대출했다.
한빛은행은 “이 가운데 특별감사기간 중 아크월드 등 4개 업체로부터 3억원 등 모두 50억원을 회수해 31일 현재 대출 잔액은 954억원”이라고 밝혔다.
한빛은행은 이와 관련해 “불법대출된 47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대출금 534억원은 정상적으로 담보 등을 잡고 대출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자료에 따르면 한빛은행이 이들 업체에 98년 이후 정상대출한 534억원 가운데 담보대출된 424억원의 담보는 168억원 어치에 불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권에서는 한빛은행 관악지점이 턱없이 부족한 담보만 잡고 대출해 준 것은 ‘대출관행상 상식 이하’라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기업대출의 경우 통상 대출금의 130% 가량을 담보로 잡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신창섭 전관악지점장(구속중)이 박씨 형제와 공모해 은행돈을 빼돌렸다’는 혐의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편 한빛은행은 신 전지점장이 올 2월부터 8월초까지 68개 업체를 동원해 165차례에 걸쳐 내국신용장 등을 위조하는 수법으로 470억원을 부당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한빛은행은 신 전지점장이 대출에 대한 본점의 사전승인을 회피하기 위해 지점장의 전결범위인 업체당 한도액(7억5000만원)을 넘지 않도록 대출금액을 쪼개서 대출했다고 밝혔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