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실업’이 늘고 있다.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박사학위를 받는 사람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각 대학과 연구소 등지에서 채용하는 고급 인력은 얼마 되지 않는다. 대우가 낮고 신분이 불안해 반실업자나 다름없는 시간강사로 전전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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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한국교육개발원과 한국학술진흥재단에 따르면 지금까지 박사학위 취득자는 국내 박사 7만360명, 외국 박사 2만623명 등 모두 9만983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국내 박사는 △97년 4792명 △98년 4999명 △99년 5586명 △2000년 6558명 등 해마다 7∼18%씩 증가하고 있다. 외국 박사는 △97년 2199명 △98년 1764명 △99년 1805명. 올해는 4일 현재 897명이 학위취득 사실을 신고했다. 지난해의 경우 하루 평균 4.9명이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것으로 분석됐다.
박사가 한해 8000명 이상 배출되고 있지만 각 대학과 연구소 등지에서 채용하는 인원은 연 3000여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의학박사 등 일부를 제외하면 최소한 매년 3000명 이상의 박사 실업자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학박사의 경우 실업률이 △99년 4.1% △2000년 4.9% △2001년 5.5% 등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과학기술정책연구원).
교수 연구원 채용안내 사이트(http://dblab.changwon.ac.kr)를 운영하는 창원대 우용태(禹容泰)교수는 “등록자 2만8000여명 가운데 박사학위 소지자 1만3000여명도 불안정한 일자리를 옮기려는 잠재적 실업자로 추정된다”며 “박사 실업자의 규모를 파악하는 등 고급 인력 종합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전국 대학들의 전임교원 수가 4만5031명인데 비해 시간강사는 5만5917명이나 되는 등 대학들이 인건비 절감 목적으로 시간강사에게 크게 의존하면서도 강사료를 턱없이 낮게 지급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진미석(陳美碩)연구위원은 “박사 과잉공급이 인문사회 분야에서 이공분야까지 확산되는 추세”라며 “국가차원에서 인적관리를 해야 하고 자신의 진로를 설계해 박사학위 취득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