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고문변호료 논란 ＂공직윤리 벗어난다＂

윤영철(尹永哲)헌법재판소장 내정자가 삼성그룹 고문변호사로 일하면서 2년여 동안 받은 7억여원의 ‘고문료’가 관심을 모은다.

법조계에서는 한달 평균 3000여만원을 ‘고문료’로 받는 것은 어쨌든 통상적인 경우는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반면 윤내정자측은 “기업에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받은 정당한 근로의 대가”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고문변호사 제도의 실태, 관행상 적정한 고문료 등을 알아본다.

▼고문료 실태▼

고문변호사 제도는 변호사나 법률회사가 법률 자문을 필요로 하는 개인이나 기업, 국가기관, 일반 단체들과 일정기간 계약을 맺고 법률서비스와 고문료를 주고받는 관계를 말한다. 결국 변호사 고문료는 넓은 의미의 ‘상담료’인 셈이다.

고문료는 변호사의 경력과 실력, 서비스의 양과 질, 의뢰인의 경제적 사정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체로 기업의 경우 월 100만∼300만원선에서 시세가 형성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검찰이나 법원의 고위직 출신일수록 가격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현재 모 그룹 산하 건설회사의 고문인 K변호사가 한 달에 받는 돈은 110만원. K변호사는 그 대가로 회사 관련 민형사 사건의 초기 법률 상담을 해 주거나 회사의 중요한 계약이나 업무 처리 과정에 법률 상담을 해 주고 있다.

법원 고위직 출신인 S변호사의 경우 하는 일과 계약을 맺은 회사 수준은 비슷하지만 월 300만원을 받는다.

한편 일부 기업은 수사나 재판과 관련해 ‘신세’를 졌던 법원 검찰의 고위직 인사가 퇴임하는 경우 ‘보답’이나 ‘법원 검찰에 대한 영향력’ 확보 차원에서 고문변호사로 계약하기도 한다고 변호사들은 귀띔한다.

▼논란과 쟁점▼

윤내정자는 대법관까지 지내고 개업한데다가 법조인으로서의 능력과 도덕성 등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어 최고의 대우를 받은 것은 당연하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의견. 그러나 통상적인 경우보다 액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 논란의 쟁점.

이에 대해 윤내정자의 후배인 김석수(金碩洙)전 대법관은 “윤내정자 스스로도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액수가 너무 많아 부담스럽다’고 말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실제로 맡은 업무를 보면 이유 없이 많은 돈은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당초 윤내정자에 대해 사장급 대우를 해 주는 대신 상근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내정자가 고사해 일주일에 3일씩 사무실에 나가 삼성전자 등 그룹 계열사 법무실 소속의 변호사와 직원, 그리고 여타 고문변호사들을 직접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전대법관은 “빈번하게 열리는 사장단 회의에도 참석해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그룹 현안에 대해 법률 자문을 하고 경제 관련법을 연구하느라 밤을 지새기도 했다”며 “이 돈이 로비자금이라는 등의 추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사정을 잘 아는 법조인들은 “결국 윤내정자의 도덕성과 실력을 삼성이 돈을 주고 산 것인 만큼 제3자가 문제삼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김종훈(金宗勳)변호사는 “삼성그룹이 편법 상속 등 ‘기업 윤리’ 측면에서 비난을 받고 있는 만큼 여기에 법적인 자문을 했을 윤내정자의 활동도 ‘공직자 윤리’의 측면에서 문제삼는 것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