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銀 대출]검찰 '외압의혹' 칼끝 다시 세우나?

  • 입력 2000년 9월 6일 18시 33분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미묘한 변화의 기류를 보이고 있다. 수사의 칼끝이 사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외압 여부’로 향하는 듯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검찰 수사변화의 대상은 한빛은행 이수길(李洙吉)부행장. 올해 1월 신창섭(申昌燮·48·구속)전 관악지점장에게 대출압력(또는 청탁) 전화를 했다고 신씨가 지목한 장본인이다.

검찰은 이부행장에 대해서는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한번 소환해 조사하긴 했지만 “별 것 아니다”는 입장이었다. 이 사건은 어디까지나 신씨 개인의 ‘대출 사기극’이며 이부행장의 개입 혐의 등은 엿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를 계속했다. 이부행장의 재소환 여부에 대해서도 “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6일 브리핑에서는 중요한 발언이 나왔다. 한빛은행 검사실 관계자 4, 5명을 소환해 조사한다고 밝힌 것. 감사팀이 올해 1월 관악지점을 감사할 당시 과다대출 징후를 발견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를 조사한다는 것이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들에 대한 수사는 곧 이부행장을 향한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감사중단 과정에 은행실세였던 이부행장의 개입이 있었는지를 밝혀내려 한다는 것이다. 수사 관계자도 “(감사팀이) 이부행장의 지시로 감사가 중단됐다는 의혹은 부인하고 있다”고 말해 이들에 대한 수사가 이부행장을 겨냥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이부행장 소환여부에 대해서도 “필요하면 소환하겠다”는 다소 적극적인 입장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관심의 초점은 이부행장에 대한 수사결과가 어떻게 될지에 모아지고 있다. 이부행장이 대출압력을 넣거나 감사중단을 지시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그는 신씨의 방조범 등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법조인들은 보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여론에 밀리거나 신 전지점장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는데 부담을 느껴 이부행장 선까지는 수사를 진척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돈다.

그러나 검찰 수사를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다. 이부행장 본인이 연루혐의를 강력히 부인하는 데다 이를 뒤집을 만한 객관적 정황이나 증거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이부행장 선까지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외압의혹이 말끔히 해소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부행장에게 쏠리고 있는 의혹이 사실이라 해도 그가 외압의 ‘몸통’이라고 납득할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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