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태생으로 주로 뉴욕을 무대로 작품활동을 해온 루이즈 부르주아는 미국의 권위있는 미술잡지 ‘아트 뉴스’가 20세기를 보내면서 선정한 ‘생존하는 세계 10대 작가’의 한명. 작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의 황금사자상 수여는 뒤늦은 감이 있을 정도다.
1940년대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했지만 시류에 영합하지 않는 독창적인 작품활동으로 포스트 모더니즘 시기에 접어들면서 오히려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 영국 런던에 개관한 ‘테이트 모던’은 관람객을 맞이하는 자리에 그녀의 대형 조각작품 왕거미 연작의 하나를 설치했다.
이번 한국전은 ‘루이즈 부르주아: 기억의 공간’이라는 주제로 40년대부터 최근까지 제작된 부르주아의 회화 드로잉 판화 조각 설치작품 등 62점을 선보인다.
‘나의 어린 시절에는 매력(magic)도,신비(mystery)도,드라마(drama)도 없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 의해 성적 유린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그녀는 여성이 처한 억압적 상황에 관심을 가졌다. 40, 50년대 초기 작품은 파리 소르본느대에서 전공한 수학 기하학 등을 반영하듯 이성적인 조형적 질서 감각을 보여줬으나 뉴욕 이주이후 60년대에 접어들면서 신체의 성적 이미지를 표현하는 작업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남근과 질을 합친 ‘개화하는 야누스(1968년)’는 남녀의 섹슈얼리티가 통합된 양성(兩性)이미지를 표현한 대표작이다. 70년대에는 데모 등을 통해 여성운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아버지의 파괴(1974년)’를 통해 근친 살육의 반란의지를 작품으로 나타냈다. 80년대 ‘나선형의 여인(1984년)’ ‘앙리에트(1985년)’ ‘달리(1986년)’ 등 신체 일부의 이미지를 표현한 조각을 주로 제작한 부르주아는 90년대에 들어 확고한 국제적 지명도를 얻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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