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사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았는데다 이번 사건의 핵심인 외압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만큼 보다 중립적인 위치에서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 특별검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부 법조계 인사들과 시민단체 등은 특검제 도입 주장보다는 검찰이 계속 철저한 수사를 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외압과 축소수사 등에 대한 구체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특검제를 도입하면 '특검제 남용'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정쟁(政爭)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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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권력형 비리조사위원회(위원장 현경대·玄敬大의원)는 이날 검찰이 권력실세에 면죄부를 주기 위해 계획적으로 축소 은폐수사를 했다며 특검제 관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개혁시민연대도 성명을 통해 "검찰이 박지원(朴智元)장관과 이수길(李洙吉)부행장 등 '실세'에 대해 전혀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며 "특검제 도입만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진실을 밝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김석수(金石洙)사무처장은 "특검제는 각종 권력형 비리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기 때문에 비록 구체적인 물증이 없더라도 이번 사건의 경우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앞서 김경재(金景梓)의원 등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특검제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이와관련,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비록 범죄혐의는 없더라도 박장관과 이부행장간에 통화한 사실이 확인되는 등 소환 조사할 근거가 있는데도 검찰이 이를 외면해 특검제 도입론까지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석연(李石淵)변호사도 검찰이 보다 납득할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하는 한 이 사건에 대한 특검제 실시 주장과 특검제 상설화 논의가 계속될 것 이라고 말했다.
▼신중론▼
그러나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 6개 시민단체는 이날 "검찰은 외압의 실체가 누구이며 얼마만큼의 비용이 음성적인 정치자금으로 사용됐는지를 밝히라"면서 검찰의 보다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으나 특검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참여연대의 한 관계자는 "권력층의 외압이 있었다면 과연 신창섭(申昌燮)한빛은행 전 관악지점장이 불법대출한 돈으로 돈놀이 를 할 수 있었겠는지와 이운영(李運永)신용보증기금 전 지점장의 말을 그대로 신뢰할 수 있는지 등 외압주장을 의심할 부분도 많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윤기원(尹琪源)사무총장도 "검찰 수사가 짜맞추기식으로 서둘러 종결했다는 의심은 있지만 외압의혹과 검찰의 축소수사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드러나지 않는 한 특검제 실시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폐공사 파업유도사건' 특별검사팀에 참여했던 한 변호사는 "압의 진상은 당사자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특검이 수사해도 별다른 성과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특검활동이 정치적 공방에 이용되기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