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호남본부 직원, 금고보관 21억 빼내 도주

  • 입력 2000년 9월 14일 17시 59분


국민은행 호남지역본부 직원이 금고 속에 보관된 현금 21억1100만원을 빼내 달아나는 대형 은행금고 절도사건이 발생했다.

국내 현금 절도사상 최대인 이번 사건은 은행직원이 금고 열쇠를 훔치고 엘리베이터를 통해 거액을 빼돌렸는데도 은행측에서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해 허술한 금고관리가 큰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해 불어닥친 코스닥 열풍 이후 사회 전반에 번진 '한탕주의'에다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금융사건에서 보듯이 일부 은행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범행▼

7일 오후 9시경 광주 동구 금남로 4가 국민은행 호남지역본부 건물 6층 금고에서 이 은행 어음계 직원 임석주씨(34·광주 북구 오치동)가 2개의 철제 금고에 들어있던 현금 21억1100만원(5000권 1억원, 1만원권 20억1100만원)을 훔쳤다.

임씨는 100만원씩 묶인 현금다발을 현금 수송용 자루 7∼8개에 나눠 넣은 뒤 손수레에 싣고 엘리베이터를 통해 지하 2층 주차장으로 옮긴 후 자신의 광주32가 7983호 흰색 프린스승용차에 싣고 달아났다.

▼금고실 침입▼

경찰은 임씨가 이날 오후 영업추진팀 문모과장(36)에게 "금고세팅(잠금장치)을 하고 올 테니 카드키를 달라"고 해 키를 받아 갖고 있다가 또다른 직원 2명이 나눠 가지고 있던 금고열쇠를 4층 사무실 서랍 속에서 훔쳐 6층 금고실로 올라간 것으로 보고 있다.

임씨는 금고실 2중 철제문을 카드키로 연 후 철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금고실 안으로 들어가 두 개의 키로 철제 금고를 연 뒤 안에 있던 현금 전부를 가지고 달아난 것으로 추정된다.

▼허술한 금고 관리▼

이번 사건은 담당직원이 금고 열쇠 관리를 소홀히 해 발생했다. 직원들이 서랍에 금고 열쇠를 넣고 잠그기만 했어도 이같은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또 열쇠를 통합 관리하지 않고 분산 소지시키는 시스템과 금고 담당자가 아닌 직원도 비밀번호를 쉽게 알 수 있는 허술한 보안 시스템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범행이후 임씨 행적▼

임씨는 범행 다음날인 8일 오전 0시30분경 훔친 돈 중 500만원을 신문지에 싸 자신의 아파트 우유 투입구에 넣고 사라졌다. 임씨는 또 이날 오전 6시경 문과장에게 "형님 미안합니다. 금고키를 택시운전사에게 보내니 서광주톨게이트에서 받으세요"라고 전화를 한데 이어 11일 오후 6시50분경 같은 부서 어음담당 여직원에게 "미안하다. 마음이 정리 되는대로 자수하겠다"고 전화를 한 사실이 경찰의 통화내역 조회 결과 밝혀졌다.

▼경찰수사▼

경찰은 임씨가 자신의 프린스승용차를 이용해 현금을 특정 장소에 숨긴 뒤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서울로 올라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21억원이 넘는 현금을 차량 1대를 이용해 옮기는 등 단독범행으로는 수긍되지 않는 점이 있다고 보고 공모자가 있는지를 수사중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임씨의 사진이 붙은 수배전단을 전국 각 경찰에서 배포하는 한편 국외로 달아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검찰에 출국금지조치를 요청했다.

▼임씨는 누구▼

84년 1월 상고 졸업 후 국민은행 공채로 입사한 임씨는 본사 등을 거쳐 97년부터 국민은행 호남지역본부에서 근무해왔다. 직원들은 임씨가 동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주식에 투자했으나 큰 손해를 보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이같은 일을 저지를 만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94년 부인과 이혼한 뒤 96년 재혼한 임씨는 전처와의 사이에 자녀 1명, 재혼녀와의 사이에 2명의 자녀가 있다.

▼국민은행 본점 반응▼

사건 발생 다음날인 8일 상황을 보고받은 뒤 그동안 보안을 지켜온 국민은행측은 14일 "행원이 자신이 관리하는 고객자금을 빼돌린 적은 여러 차례 있었으나 직접 금고를 털어간 것은 창사 이래 처음있는 일 같다"며 매우 당혹스러워했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도난당한 돈은 고객의 예금이 아니라 추석을 앞두고 긴급자금 수요를 위해 마련해 둔 은행의 내부자금이어서 도난으로 직접적 피해를 본 고객은 없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올들어 발생한 금융사고

금융기관발생시기사고금액 (억원)내용
울산종금5월100횡령
한빛은행8월580부당대출
중앙종금9월1일 91횡령
평화은행9월2일 42횡령
부천중앙신협9월5일 64횡령
국민은행9월7일 21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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