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지원씨 외압설' 본격수사…이운영씨 23일 영장청구 방침

  • 입력 2000년 9월 21일 18시 59분


이운영씨 기자회견후 검찰출두
이운영씨 기자회견후 검찰출두
그동안 도피 생활을 계속하며 박지원(朴智元)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대출보증 외압을 주장해왔던 신용보증기금 전 영동지점장 이운영(李運永·52)씨가 21일 검거돼 검찰에 넘겨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날 이씨 외에도 신용보증기금 김모 차장과 신보에서 대출을 받은 기업체 관계자 2, 3명을 소환조사했다.

이씨의 수뢰혐의와 박전장관의 대출외압 의혹사건 수사를 지휘하게 된 이기배(李棋培) 서울지검 3차장은 이날 “이씨의 주장과 진술이 모두 공개된 만큼 투명하게 수사를 진행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및 체포〓이씨는 이날 오전 9시30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곧바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씨는 지명 수배된 범인”이라며 오전 10시45분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제시하며 이씨를 체포했다.

기자회견에서 이씨는 “나는 박지원 박혜룡(아크월드 대표) 일당의 권력에 항거, 국민의 혈세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중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시종 이씨를 ‘이운영선생님’‘애국지사’ 등으로 높여 부르며 ‘부당한 권력에 대한 저항자’라는 의미를 부각시키려고 애썼다.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은 이씨 사건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높은 점을 고려해 지난해 이씨 수뢰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지검 동부지청 대신 서울지검 특수1부(이승구·李承玖부장검사)가 수사하도록 지시했다.

박총장은 “이씨의 개인 비리뿐만 아니라 이씨측이 주장하거나 언론이 제기한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누구를 막론하고 철저히 조사하라”고 특별 지시했다. 한편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에 대한 수사는 서울지검 조사부가 계속 맡는다.

▽수사 상황 및 전망〓검찰은 이날 밤 “이씨가 밖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때와 달리 차분하게 조사받고 있으나 많은 부분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씨의 수뢰액수는 기존 1300만원 외에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23일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대출보증 외압의혹과 경찰청 조사과(사직동팀)의 내사 착수 경위 등에 대해 본격 조사키로 했다. 검찰은 또 이씨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33건의 취득 경위도 조사중이다.

검찰은 이씨에 대한 기초 조사후 아크월드 대표 박혜룡(朴惠龍·47·구속기소) 현룡(賢龍·전 청와대 행정관)씨 형제와 최수병(崔洙秉) 전 신보 이사장(현 한전 사장), 손용문(孫容文·현재 전무) 전 이사 등 신보 전현직 간부들을 먼저 소환해 조사키로 했다.

다음주부터 시작될 박전장관에 대한 수사는 △전화로 대출 보증 압력을 가했는지 △사직동팀에 이씨를 ‘보복 수사’하도록 했는지와 이씨의 사표를 받도록 종용했는지 △한빛은행 불법대출에 관여했는지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당초 이씨의 통화 기록을 입수하는 방안을 모색했으나 시내 통화 기록은 보존되지 않아 이를 통한 진상 규명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통신 관계자는 “시외전화의 경우 3개월간 통화자의 전화번호 등 통화 내용을 보관한 뒤 없애지만 하루에도 몇 억통씩 통화가 이뤄지는 시내전화는 아예 통화 내용을 보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체 관계자 증뢰시인〓이운영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6명의 기업체 간부 가운데 본사 기자와 전화 통화한 4명은 모두 “돈을 줬다” “강압 조사도 없었다”고 밝혔다.

골프용품 생산업체 C사의 K전사장은 “99년 4월 초 이씨를 사무실로 찾아가 200만원을 줬으며 다음날 2억원의 대출보증을 받았다”면서 “3월말 골프채 3개를 건네도 응답이 없어 신용보증기금 직원의 조언에 따라 돈을 건넸던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기업 Y사의 K대표도 수백만원을 건넨 사실을 시인하며 “검찰에서 강압 수사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수형·하종대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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