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한빛銀 '배후설' 공방…엄호성의원 해명발언

  • 입력 2000년 9월 22일 18시 45분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의원이 전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장 이운영(李運永)씨가 검찰에 출두하기 전에 이씨측과 접촉해 출두시기 등을 협의했음을 시인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정치권에 ‘배후세력’ 공방을 재연시키고 있다.

▽엄의원 발언의 전말〓22일자 한 일간지에 따르면 엄의원은 20일 “한나라당 모 중진의 소개로 이씨를 알게 됐으며, 이씨를 한번도 직접 만나지는 않았지만 이씨 변호사를 통해 수시로 접촉해왔다”고 말했다.

엄의원은 또 “이씨에게 21일에는 검찰에 출두하지 말고 20일이나 22일 검찰에 가라고 만류했지만 이씨측이 고집을 부리면서 (검찰출두를) 강행했다. 이씨가 구속되면 변호인으로 공식 선임돼 얼굴을 드러내 놓고 변호인으로 본격 뛸 생각이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의혹제기〓민주당은 22일 이와 관련, ‘야당 배후설’이 사실로 입증됐다며 한때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사퇴까지 요구(민주당은 나중에 이를 철회)하는 등 총력공세를 폈다.

민주당은 특히 엄의원이 이씨에게 한나라당의 장외집회(21일)를 피해 검찰에 출두하라고 권유한 것은 이씨와 사건진행과정을 긴밀히 협의한 증거로 보고 있다. 또 엄의원이 지금까지 이씨의 도피를 도와줬던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 S씨를 직접 접촉한 사실을 시인한 것도 한나라당이 한빛은행사건을 ‘정치사건’으로 만들기 위해 개입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라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민주당은 검찰이 영장도 없이 이씨 주변인물들의 집에 들어왔다는 S씨의 탄원서가 한나라당을 통해 공개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한다.

▽엄의원의 해명〓엄의원은 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사건이 터지고 난 뒤 야당 인권위원으로 관련 자료를 수집하면서 여러 채널을 통해 제보를 받았지만 사건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다. 야당에 있는 변호사가 인권탄압사건에 관심을 갖는 게 뭐가 잘못됐냐”고 해명했다.

그는 또 S씨와의 관계와 대해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모임인 ‘국가를 사랑하는 모임(국사모)’이 국가를 상대로 낸 면직처분취소 청구소송 변호사로 선임된 뒤 ‘국사모’ 회원인 S씨를 알게 됐지 ‘국사모’에 관여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엄의원은 검찰 출두 조언에 대해서도 “내가 정식으로 변호사로 선임되면 검찰출두시 함께 동행해야 하는데, 부산집회 사회를 맡고 있는 만큼 출두시기를 조정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뜻을 전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씨를 소개해준 야당중진이 누구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 부분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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