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철 주미대사 '노근리'발언 파문]시민단체 반발

  • 입력 2000년 9월 23일 19시 26분


양성철(梁性喆)주미대사가 최근 한 영자지와 회견한 내용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 참석차 일시 귀국한 양대사는 21일 코리아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미관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털어놓았다. 그러나 일부 내용이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외교부 안팎에서도 “외교관으로서 적절치 않은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도된 문제 발언은 크게 세 가지.

첫째는 ‘미 관리가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특정국의 대사가 제3국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외교적 결례다.

둘째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협상에서 환경 노무 조항 등을 한미방위조약 부속문서에 삽입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는 것.

시민단체들은 이 발언에 대해 “환경조항 등을 SOFA 협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의미냐”며 반발하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SOFA 관련조항을 어떻게 상위개념인 방위조약에 넣을 수 있느냐”며 “아마 전달과정에서 ‘착오’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대사도 22일 밤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셋째는 ‘노근리사건은 미군 지휘관들이 양민 살해를 지시했다는 명백한 증거를 찾기 어려워 법률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노근리사건 대책위원회는 “제대 미군들의 직접 증언과 당시 명령서 등이 있는데 한국대사가 미국을 두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양대사는 문제가 되자 “법률적 해결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한미간에 보다 차원높은 정치적 해결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23일 주미대사관에 전문을 보내 이날 출국한 양대사의 발언 내용과 진의를 확인토록 했지만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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