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일본방송 조기 개방 시사

  • 입력 2000년 9월 23일 23시 49분


기모노를 입은 탤런트가 출연하는 일본 TV드라마가 2002년 월드컵 이전에 우리나라 안방에 방영된다. 또 엔카가수가 일본냄새가 물씬 풍기는 ‘도롯또(트로트)’를 부르며 KBS의 ‘가요무대’를 위협할 수 있다. 일본 CF모델이 일본라면을 광고하게 된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22일 일본에서 일본대중문화개방과 관련해 “이제 방송분야만 남았는데 이것도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와 더불어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마지막 보루인 방송분야를 완전개방하겠다는 것이다. 묶여 있는 드라마 및 오락 프로그램과 일부 영화, 방송광고가 전면 개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자본력을 앞세운 일본방송의 국내 진출이 예상돼 영세한 국내 프로덕션들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 78개 독립프로덕션이 가입된 프로그램제작사협의회 김동성회장은 “현재로서는 외주비율이 정해져 있어 전면개방으로 위축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장기적으로 일본 업체와 경쟁하면서 창의적인 프로들이 많이 제작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BC 김윤영교양제작국장은 “6월 3차개방 이후 일본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려고 했지만 일본색이 지나쳐 포기했다”면서 “여러 표절 사례가 말해주듯 드라마와 오락 등 일부 장르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송사 차원의 제작 시스템 구축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월드컵 때까지 일시전면개방이냐, 단계적 개방이냐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위원회 김국호대변인은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가 나오는대로 방송 관련 단체들이 참가한 가운데 토론회와 공청회를 가져 개방의 시기와 폭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본방송의 스포츠 다큐멘터리 보도프로그램의 국내 방송이 허용돼 있으며 영화의 경우 국제영화제 수상작과 국내 개봉작 중 ‘전체관람가’에 한해 케이블TV와 위성방송에서 방영할 수 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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