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락업소서 상납받은 경찰관 7명 구속

  • 입력 2000년 9월 25일 18시 37분


서울 미아리 ‘텍사스촌’을 관할하는 종암경찰서 경찰관들이 윤락업소에 단속정보 등을 알려주는 대가로 돈을 정기상납받아온 사실이 드러나 경찰관 7명이 구속됐다. 특히 윤락업주들은 자기들끼리 ‘상납계’를 만들어 돈을 모아 준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1월부터 종암경찰서 방범지도계에서 풍속업무를 맡았던 박수덕경사(42). 박경사는 이 경찰서로 온 뒤 자신의 담당지역인 속칭 ‘미아리 텍사스’에 있는 윤락업소 주인 장모씨(33)의 전화를 받았다. “한번 만나자”는 말에 서울 성북구 길음동 B호텔 커피숍으로 나간 박경사에게 장씨는 “직원들과 함께 나눠 쓰라”며 200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넸다. 그곳에는 장씨 외에 다른 윤락업주 10여명이 함께 있었다. 이 돈은 윤락업주 10여명이 계를 만들어 모은 돈.사무실로 돌아온 박경사에게 직원들은 “이전부터 계속돼온 관행”이라고 말했고 이에 박경사는 200만원을 나머지 방범지도계 직원 6명과 나눠 가졌다.며칠 후 박경사는 또 다른 윤락업주들의 계모임 대표인 남모씨(45)로부터 똑같은 방법으로 역시 200만원을 받아 직원들과 나눴다.이렇게 시작된 윤락업주들의 상납은 박경사가 북부경찰서로 전출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까지 매월 계속됐고 박경사는 업주들로부터 1년만에 모두 3940만원을 받았다.

서울경찰청은 25일 윤락업주들로부터 이같은 방법으로 돈을 건네받아 나눠 가진 혐의로 박경사 등 전 종암서 직원인 현직 경찰관 7명을 구속하고 17명을 불구속입건하는 한편 12명을 수배했다.

경찰 조사결과 ‘미아리 텍사스’ 윤락업주 40여명은 97년부터 10여명씩 모두 3개의 계를 만들어 매월 말 정기적으로 단속부서인 종암서 소년계와 방범지도계, 관할 월곡파출소에 각각 200만원씩을 상납했으며 명절때는 한 부서에 최고 1200만원이 건네지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3개 상납계가 3년동안 상납한 총 금액은 6억∼7억원에 이른다는 것.윤락업주들은 그 대가로 단속정보를 미리 빼내 3년간 경찰의 단속에 한 번도 적발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서울시내 윤락업소 밀집지역 관할 경찰서인 영등포, 동부 등 7개 경찰서의 소년계와 방범지도계 직원들을 모두 교체키로 했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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