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구 여유자금 73만원 줄었다…韓銀 올 1~2분기대비 조사

  • 입력 2000년 9월 25일 18시 37분


개인들이 소비하고 나서 저축할 수 있는 여유자금이 크게 줄고 있는 반면 빚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더구나 빚을 내서 산 주식이 폭락하는 바람에 큰 손실을 보면서 최근에는 보증사고 등도 재발하는 등 샐러리맨들의 주머니가 얄팍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가구당 여유자금이 올 1·4분기 114만원에서 올 2·4분기(4∼6월)엔 41만원으로 73만원이나 줄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소비추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가계 빚이 계속 늘어난다면 1∼2년 뒤 경기가 둔화될 때 개인파산 등의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25일 올 4∼6월 개인들이 소비를 한 뒤 은행예금과 주식투자를 할 수 있는 여유자금인 자금잉여가 6조330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10조원 가량 줄었다고 발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위기 직후에 국민이 졸라맸던 허리띠를 풀면서 지난해부터 계속 소비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앞서면서 자금잉여가 98년초의 4분의 1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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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4∼6월 개인들의 예금은 전분기에 비해 10조원이 줄어든 반면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은 3조원 가량이 늘어나 개인이 주식 등 금융자산에 운용하는 자금의 60%가 빌린 돈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들은 이렇게 빌린 돈으로 주식에 투자해서 외국인이나 기관에 비해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남양우(南陽祐)팀장은 “소비가 늘었으니 현재는 궁핍하다고 볼 수 없지만 가계대출 규모가 워낙 늘어 1∼2년 뒤 경기 둔화시 개인파산까지 걱정해야 할 정도”라며 “예금감소 등으로 산업자본으로 흘러들어야 할 돈이 과도한 소비로 날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폭락에 따라 한동안 잠잠했던 보증사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동료들의 보증을 받아 대출한 돈으로 주식투자에 실패한 바람에 돈을 떼먹고 잠적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는 것.

LG경제연구원 김민태(金敏泰)연구원은 “가계가 일정 정도 소비를 유지하는 것은 좋지만 과도하게 소비해 예금이 줄고 빚이 늘어날 경우 국가경제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고유가 등으로 경기성장세 둔화기미가 보이고 있어 IMF 위기 직후 허리띠를 졸라맸던 초심(初心)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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