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사채업 기승…원금 3백만원 이자 1천2백만원

  • 입력 2000년 9월 26일 18시 39분


화장품 회사에 다니는 유모씨(29·여)는 98년 10월 사채업자 조모씨(36)에게 300만원을 빌렸다. 돈은 급하게 필요한데 마땅한 담보가 없어 은행대출을 받지 못하던 유씨는 ‘한달 안에 갚으면 된다’는 생각에 월이자 10%의 조건에 돈을 빌렸던 것.

그러나 제때 원금을 갚지 못하면서 결국 유씨는 모두 40차례에 걸쳐 원금의 3배인 1200만원을 조씨에게 이자로 갖다줘야 했다.

26일 경찰에 구속된 조씨는 이 같은 방법으로 97년 4월부터 올 7월까지 9명에게서 5700여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놀이동산을 운영하던 홍모씨(38) 역시 지난해 9월 사채업자 박모씨(47)에게 1억2000만원을 빌렸다가 3억원 상당의 놀이동산 지분 25%를 고스란히 내줘야 했다.

매월 5%의 이자를 내기로 한 홍씨는 6개월 동안 이자를 갚지 못하자 결국 8월에 박씨에게 납치됐다는 것. 홍씨는 8시간반 동안 폭행 당한 뒤 자신의 놀이동산 지분 25%를 내주겠다는 각서를 쓰고 풀려났다.

사채업자들이 이같이 기승을 부리자 이들의 협박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거나 사채업자를 살해하는 채무자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사채업자로부터 딸 학자금으로 300만원을 빌린 주부 최모씨(43·경기 부천시)가 최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채금을 감당하지 못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는 것.

또 지난달 29일에는 유모씨(35·서울 강동구)가 빚독촉을 하던 사채업자 이모씨(59)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8일부터 50일간 악덕사채업에 대한 특별단속을 벌여 악덕 사채업자와 그 주변 폭력배 109명을 구속하고 54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