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그 때 보트 탔던 일 기억나?”
“그래, 당신이 재래식 화장실에 못들어가 내가 지켜준 것도 기억나니?”
다정한 한때를 보낸 부부는 대학 초년시절 툭하면 이 곳으로 달려왔던 기억을 되살렸다. 푸른 물, 떠다니는 배, 재래식 화장실까지 모두 90년대 초반과 똑같은 풍경에 감탄을 연발했다. 이들은 “워낙 개발만 하는 시대에 이 곳이 옛 모습 그대로일 줄 몰랐다”며 “다시 대학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라며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계속 이 곳을 지켜온 주민들은 ‘추억의 보고(寶庫)’인 대성리 일대를 바라보면서 한숨만 내쉰다. 샤워시설도 갖출 수 없고 재래식 화장실도 손댈 수 없으며, 신세대 대학생들에게 기본인 PC방을 들이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기 때문이다.
68년 대성리가 국민관광지로 지정되면서 ‘원래 그 모습’에 조금도 손댈 수 없었다. 주민들은 지역발전에 좋은 계기가 될 뻔한 97년 세계연극제를 유치하고서도 국민관광지로 묶여 추가시설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결국 이를 반납하게 된 일이 지금도 못마땅하다.
주민들은 갈수록 낙후되는 시설 때문에 국민관광지 지정을 해제해달라는 요구도 줄기차게 해왔다. 26년째 이 곳을 지켜온 주민 박광서씨(59)는 “이제 주민들도 반응없는 지정해제 요구에 지쳐있는 상태”라며 “시대에 맞는 시설 보수만이라도 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평군은 해제를 추진하겠다며 99년 1월 타당성 검토를 밝혔지만 이를 위한 용역을 발주하지 않는 등 해제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대성리 일대가 수도권 정비법 적용지역이고 팔당 상수원 특별대책 1권역으로 지정돼 어차피 재개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국민관광지 지정을 해제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
주민들은 이중 삼중의 규제가 얽혀 있음을 인정하면서 그래도 국민관광지 지정이 해제되면 규제범위 안에서 작은 면적(200㎡)이나마 상가를 신축할 공간이 생기므로 전혀 실효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가평군과 경기도 제2청 관계자들은 “상수원을 완벽하게 보호해야 하는 만큼 현재로서는 지정 해제가 어렵다”며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주민과 관광객들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가평〓이동영기자>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