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대한통운 임직원 "개인재산 담보" 救社작전

  • 입력 2000년 9월 29일 18시 15분


"재산을 털어서라도 회사부터 살려야죠."

워크아웃(개업개선작업)이 진행중인 동아그룹의 계열사인 대한통운(사장 곽영욱·郭泳旭) 임직원들이 뜻밖에도 회사를 살리기 위해 자기 재산을 담보로 내놓는 등 '구사(救社)작전'에 발벗고 나서 관심을 모은다.

회사의 주인이 없는데다 계열사 보증채무까지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임직원들이 위험을 감수해가며 자기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자기 재산을 담보로 제공한 임직원은 곽사장 등 이사급 임원 17명 전원과 직원을 대표한 김학련(金學鍊·55)노조위원장. 이들은 28일 회사가 채무 변제용으로 발행한 200억원짜리 기업어음(CP)을 매입한 모 기금측에 "회사가 빚을 갚지 못할 땐 개인재산을 팔아서라도 상환하겠다"는 보증각서와 인감증명서를 제출했다.

곽사장은 "기금측에 유형재산과 영업권 등 400억원 상당의 담보를 제공했으나 동아건설에 대한 7000억원의 보증채무를 대한통운이 안고 있다는 이유로 추가 보증을 요구해 회사를 살리자는 일념에서 발 벗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담보로 제공한 재산은 각 2억∼7억원씩 모두 70여억원 상당. 일반직원들은 담보 제공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2년째 봉급동결 속에서도 하루 12시간씩 일하며 나름대로 성의를 보이고 있다. 지난 추석 땐 사무직원들까지 선물 택배에 나서기도 했다.

대한통운은 IMF 직후인 98년 889억원의 적자를 냈으나 직원들의 노력과 구조조정 등으로 지난해 141억원의 흑자를 냈고 올해도 400억원의 흑자를 바라보고 있다.

특히 최근 택배업이 크게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고비만 넘기면 우리나라의 대표적 종합물류업체인 대한통운의 활로 역시 다시 열릴 것이라는 판단도 임직원들의 결단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노조위원장은 "동아건설에 대한 보증채무만 없다면 회사의 신용은 현재의 BB+(투기등급)에서 AA+(우량기업)로 오를 것"이라며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 손으로 회사를 살려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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