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전남 여수에 세계박람회를 유치하기로 결정하고 11월에 정몽구(鄭夢九)현대자동차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유치위원회를 발족시켰다. ‘해양’을 테마로 하는 2010년 박람회에는 중국 상하이도 유치에 총력전을 펼칠 태세라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내년 4월유치신청서를 내고 2002년 6월에 투표라 일정도 촉박하다.
그러나 현재 유치활동은 관심도 ‘실탄’도 없이 사실상 방치된 상태. 김윤석(金鈗錫)유치위원회 홍보팀장은 “세계박람회는 6개월간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산업올림픽”이라며 “경제도약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무관심 속에 놓쳐버린다면 국가적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전남여수-中상하이 놓고 2002년 6월 투표로 결정▼
▽정부는 팔짱만〓정부는 유치위원회와 함께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들로 정부지원위원회도 구성했다. 그러나 정부지원위는 현재까지 한차례도 회의를 갖지 않은 유명무실한 조직으로 전락했다. 외교통상부 해양수산부 등 소관부처 실무자들조차 7월에서야 한차례 소회의를 가졌을 뿐이다.
5년마다 열리는 세계박람회는 세계박람회기구(BIE) 소속 88개국 외교관들이 투표로 결정한다. 따라서 민간위원들이 투표하는 올림픽이나 월드컵보다 정부 차원의 교섭능력이 한층 더 요구된다.
그러나 소관부처들은 서로 책임을 미루는 양상이다.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유치위원회와 외교통상부의 전략을 보고받고 부처와 지자체의 협의 스케줄을 조율하는 것이 주무부처로서의 임무”라고 밝혔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공관장들에게 홍보를 지시했고 동향보고를 받고 있지만 아직 총력전을 펼 시기는 아니다”라며 “유치위원회가 먼저 전략을 세우고 끌고 나가면 우리가 지원하는 것”이라고 1차적 책임은 유치위임을 강변했다.
▽대외활동 개점휴업〓유치위원회는 정위원장이 현대그룹 ‘왕자의 난’에 휩쓸리면서 초기 업무추진에 차질을 빚어왔다. 1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대외활동은 BIE의장단 초청 심포지엄 한차례와 해외교섭단 4차례 파견이 고작이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 유치 때는 유치신청서 제출 전 20개월간 해외교섭단을 66개국에 파견했고 국제행사도 25회나 개최해 현재의 상황과 크게 대비된다.
기업들의 무관심도 문제다. 94년부터 시작된 월드컵 유치활동 때는 기부금이 200억원을 상회했었으나 이번에는 정위원장이 내놓은 10억원이 전부다.
▼정부 부처 서로 책임 미뤄▼
2002년 월드컵 유치에 참여했던 최창신(崔昌新)월드컵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정부는 물론이고 기업 사회단체 등 국내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만 유치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투표권을 가진 국가들의 관심과 요구를 충분히 파악해서 득표전략을 짜야 하므로 치밀한 사전 정보수집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세계박람회란▼
각국의 산업기술과 문화의 첨단 성취물을 선보이는 자리로 1851년 영국에서 시작됐다. 2010년 박람회는 BIE에서 5년마다 열기로 규정한 종합 등록박람회로 93년 대전엑스포와는 규모와 성격이 다르다. 세계박람회 개최는 국제적 위상을 높임과 동시에 경제발전의 기폭제가 되므로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파리 에펠탑은 1867년 제2회 박람회 상징물로 유명하다.
<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주요 국제행사 경제적 효과 비교 | ||||||
구분 | 88년 서울올림픽 | 93년 대전박람회 | 2002년 월드컵 (추정) | 2010년 세계박람회(추정) | ||
개최기간 | 16일 (1988.9.17∼10.2) | 3개월 (1993.8.7∼11.7) | 1개월 (2002.5.31∼6.30) | 6개월 (2010.5.1∼10.31) | ||
관람객 | 290만명 | 1400만명 | 350만명 (한일 합계) | 3000만명 | ||
생산유발효과 | 4조7000억원 | 3조1000억원 | 7조9000억원 | 21조4000억원 | ||
부가가치효과 | 1조8000억원 | 1조3000억원 | 3조7000억원 | 10조4000억원 | ||
고용유발효과 | 34만명 | 21만명 | 24만명 | 54만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