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는 사법부 소관인 구속자 석방문제까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거는 건 무리라는 지적과 최선정(崔善政)보건복지부장관 및 윤웅섭(尹雄燮)서울경찰청장의 유감표명을 계기로 26일부터 정부와의 대화 테이블에 앉았다. 그러나 “서울경찰청장이 직접 와서 사과하라”(27일)는 요구에 이어 이번에는 “의약분업 정책과 관련된 공무원을 문책하라”(28일)고 주장해 진통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의료계 비상공동대표 소위는 29일 오후 회의를 갖고 “협상이 끝날 때까지 관련 공무원 문책 요구가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이 문제가 협상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30일 대화를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혀 일단 대화는 다시 열리게 됐다.
이에 대해 시민은 물론 의료계 내부에서도 “국민건강권을 위한다는 의료계가 핵심쟁점인 의약분업과 의료정책 문제는 놔두고 공무원 문책 등을 요구하는 것은 사태해결 의지가 없이 다음달 6일 시작할 총파업을 위해 시간을 끌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회사원 유경철(劉京哲·43)씨는 “구속자 석방과 경찰수뇌부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는 의료계 태도를 보면 환자불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입법 사법 행정 등 3권 위에 의권(醫權)이 있다는 오만함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의약분업을 위한 시민운동본부의 이강원(李康源)사무국장은 “의정대화 시한인 30일 이후 공식입장을 밝히려고 인내하며 있다”며 “의사들은 더 이상 지엽 말단적 문제에 매달리지 말고 실질적 협상을 위해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건강연대에는 “의료계가 해도해도 너무 한다” “뭐든 의사가 하면 모두가 머리 조아려야 하는가” “자존심 때문에 환자들 생명을 뒤로하는 건 의사윤리를 저버리는 것”이라는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암환자들의 호소도 절박하다. 8월초로 예정됐던 갑상선암 수술이 연기된 한 환자는 “이미 사회생활이 곤란할 정도로 눈이 튀어나오고 있다”며 “의사들이 하루가 아쉬운 환자들의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듯하다”고 원망했다.
의사 최모씨는 의협 인터넷 사이트에 “일반 시민의 상식을 우리가 지나치게 무시하는 것 아닐까. 명분이 아무리 옳다해도 여론의 비난을 받아가며 과연 우리가 원하는 성과물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집행부의 협상방법과 태도를 문제삼았다.
의협 측은 내년부터 의료보험 수가계약을 위해 의료계 대표를 뽑는 과정에서도 “의사대표가 당연직으로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 “의협회장이 위원장이 되지 않으면 앞으로 회의에 불참하겠다”고 주장해 치과 한의사 간호사 등 다른 의료단체의 비판을 받고 있다.
<서영아·송상근기자>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