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이남기·李南基)는 29일 “이들 정유사가 1998∼2000년 3년간 국방부의 군납 유류입찰 때 담합해 응찰한 사실이 적발됐다”고 밝히고 이들 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하며 법 위반 사실을 신문에 2회 공표토록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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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부과한 1901억원의 과징금은 지난해 5대 그룹의 부당내부거래 조사 때 부과된 790억원의 두 배가 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업체별 과징금은 SK, 현대정유, 인천정유가 각각 475억원, LG와 에쓰오일이 각각 238억원이다.
공정위 조사결과 정유사들은 3년간 군납 유류 입찰에 참가, 7128억원어치의 공급계약을 할 때 담합해 높은 단가로 응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정유사의 군납담당 임원과 실무진들은 입찰에 앞서 각사 사무실과 음식점 등에 모여 입찰안에 합의, 민간항공사와 수협 철도청 등 다른 수요처에 대한 공급가격보다 훨씬 높은 단가를 써낸 것으로 밝혀졌다.
정유사들은 이 모임에서 유종별로 낙찰 받을 업체, 낙찰업체의 입찰가격, 들러리 설 업체의 입찰가격, 희망물량 등을 치밀하게 합의했다.
이 때문에 국방부는 98, 99년에만 국내 항공사 등의 구입가보다 1230억원이나 비싸게 유류를 구매해 국가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의 오성환(吳晟煥)경쟁국장은 “추적하기 힘든 다른 담합사건들과는 달리 이번엔 업체들 간의 담합행위가 워낙 명백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와 별도로 국방부에 대해 “정유사들이 산업자원부에 제출하는 신고가를 기준으로 입찰예정가를 산정하는 것은 문제”라며 “앞으로 국제가 또는 국내 대형수요처에 대한 공급가를 종합해 적정 예정가를 산정하라”고 제도개선을 요청했다.
공정위는 국방부가 98, 99년 이들 정유 5사로부터 유류를 구매하며 민간업체 등에 비해 더 지불한 1200억원에 대한 환수조치를 강구하라는 감사원의 권고를 받고 본보가 이를 보도한 7월5일 이들의 담합 혐의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해 옴에 따라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국방부측은 “아직 공정위 통보를 받지 못했지만 정유사들의 대응을 지켜보며 손해배상 청구 등 별도의 법적 조치를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혀 정유사들은 과징금 외에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등 추가 제재를 당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정유사들은 이번 공정위 조치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행정소송 등 이의를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재·이승헌·하임숙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