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과징금]소비자 가격담합 이젠 꿈도 못 꾼다

  • 입력 2000년 9월 29일 23시 19분


국내 정유업계에 ‘혁신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유 5사의 군 항공유 입찰 담합에 대해 예상 밖의 초강수를 두고 나섬에 따라 앞으로 소비자가격 담합 등 석유업계의 다른 고질적 병폐들이 어떻게 바뀌느냐가 다음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본보가 6월 말부터 한달간 집중 제기한 이들 문제에 대해 그동안 산업자원부는 연구용역 의뢰 등 나름의 개선책 마련에 분주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개선안 마련은 ‘공정위 조사결과가 나온 뒤’로 미뤄왔던 게 사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수면 위로 급부상할 이들 문제의 현주소와 개선방안을 짚어본다.

▽소비자가격 담합〓이번 조치를 계기로 가장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일반 소비자가격의 담합문제. 전체 매출액 가운데 군납 부문은 1% 미만인 반면 소비자 물량은 무려 40%가 넘기 때문이다.

공정위도 이미 정유사들의 ‘소비자가격 담합’과 ‘수입업자들에 대한 불공정행위’ 등을 조사 중이다. 그 중에서도 매월 말 석유제품의 소비자가격 발표 때 정유사들이 사전협의했는지가 핵심.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가격 담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정유사별 과징금은 1조원을 넘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정유사들이 앞으로 담합할 염두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사인제〓주유소업자와 수입업자들은 그동안 ‘주유소별로 한 회사의 석유제품만 팔아야 한다’고 규정한 현행 폴사인제가 특정 정유사에 대한 예속을 강요하는 ‘노비문서’라고 강력 반발해 왔다.

이 제도는 폐지되거나 개선될 것이 확실하다. 공정위와 산자부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경쟁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현행 단일 폴사인제를 주유소의 주유기마다 다른 정유사 제품을 팔 수 있도록 복수 폴사인제로 바꾸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기 때문.

▽원가의 적정성〓모든 석유문제의 원천인 원가(공장도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자부는 에너지경제연구원에 ‘국내 석유제품가격 평가모형 개발’을 의뢰해 11월말 결과가 나오는 대로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에경연은 최근 중간보고서를 통해 “국내 정유사들이 산자부 신고가와 실제 판매가를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며 국내 석유제품가격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했다.

연구책임자인 이달석(李達錫)연구위원은 “국제가격과 한국 석유시장의 특수성을 종합 고려해 석유제품별로 객관적인 가격모형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란한 석유시장 자체를 개선하기 위해 공급자와 수요자가 직거래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제 도입 논의도 활발하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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