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다시 총파업에 나선 6일 시민들의 반응은 ‘분노’보다는 ‘냉소’에 가까웠다. 당뇨로 서울대병원을 찾은 김기실씨(62·여)는 “병원 앞에 이번 파업에 관한 현수막이 걸려있고 의사들이 유인물도 나눠주고 있지만 솔직히 지겹다는 생각 밖에 없다”며 “죽어 가는 환자를 외면하면서 ‘환자를 위한다’니 삼척동자가 웃을 일”이라고 말했다.
환자를 대신해 이 병원에 처방전을 받으러온 이재용씨(40)는 “이제 의사들이 보기 싫다”고 말했다. “의사들이 ‘세 과시’를 위해 시위하는 것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않고 다시 총파업에 돌입한 것은 명분이 없습니다. 의사들은 환자를 치료하며 살아야 할 텐데 이렇게 신망을 잃어서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서 장염진단을 받은 박병곤(朴炳坤·40)씨는 “5일 저녁 동네 중소병원에 입원하기로 돼 있었으나 받아주지 않아 여기까지 찾아왔다”며 “병원을 옮겨 모든 검사를 다시 하느라 비용만 날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이버 공간에서도 의사들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한 네티즌(천리안ID:해도비)은 “의사들의 행태는 ‘인간답게 살자’는 노동자 파업도 아니요, 지식과 직위를 믿고 벌이는 만행일 뿐이다. 죽어 가는 환자를 외면한 채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정부도 각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노총 민주노총 전농 등 사회단체들은 이날 서울 명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의사파업 중단과 인상된 의료비 원상회복을 촉구했다. 이들은 “의사들의 수가를 보장하기 위해 이미 의료비가 50% 이상 늘어났는데 또 파업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의사협회를 항의 방문했다.
<서영아·김준석기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