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순국 조촐한 17주기 추모행사 열려

  • 입력 2000년 10월 10일 00시 00분


9일 오전 8시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국가유공자 묘역에서는 미얀마(옛 버마) 아웅산 폭탄테러 희생자 17명에 대한 제17주기 추모행사가 열렸다.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장관을 비롯한 외교부 국장급 이상 21명과 유가족 20여명이 참석한 조촐한 추모식이었다. 이들은 17기의 묘소를 일일이 돌며 경례와 묵념을 올렸다. 이장관은 유가족들과 잠시 대화를 나누며 위로하기도 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추도사 하나 없는 추모식은 40분만에 끝났다.

아웅산 사건은 83년 10월9일 미얀마 수도 양곤의 아웅산 국립묘지에서 당시 해외순방 중이던 전두환(全斗煥)대통령을 암살하려고 설치한 폭탄이 터져 외교사절 17명이 사망한 것으로 87년의 대한항공(KAL)기 폭파사건과 함께 북한의 대표적인 국제테러로 꼽힌다.

이 사건으로 당시 전대통령을 수행한 서석준(徐錫俊)부총리, 이범석(李範錫)외무부장관, 함병춘(咸秉春)대통령비서실장, 김동휘(金東輝)상공부장관, 서상철(徐相喆)동력자원부장관, 심상우(沈相宇)민정당 총재비서실장 등 고위인사들이 순직했다. 이중현(李重鉉)동아일보 사진기자도 취재를 하다 순직했다.

공교롭게도 9일 북한의 조명록(趙明祿)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미국에 도착했다. 그것도 다름 아닌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부는 아웅산 사건과 KAL기 사건을 북―미간 테러회담에 포함시켜 줄 것을 미국측에 요청하지 않았다. 이들 사건은 남북간에 해결하겠다는 것이 그동안 정부의 입장이었다.17년 동안 묵묵히 묘소를 지켜온 유가족들은 이날도 아무 말이 없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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