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가 뜬다]판교/'노른자위' 250만평…땅값 '출렁'

  • 입력 2000년 10월 10일 18시 45분


수도권 최고의 노른자위 땅이자 서울의 허파로 꼽히는 경기 성남시 판교가 신도시 개발로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국토연구원의 신도시 개발안이 알려진 10일 백현동 운중동 판교동 등 판교 일대는 겉으론 추수를 앞둔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다.

판교IC를 지나 세곡∼풍덕간 지방도로에서 판교동 입구에 들어서면 벼가 노랗게 익은 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앞으로 30여 곳의 점포는 거의 절반이 부동산 중개업소들. ‘원주민 상담, 땅 투자 전문’이라는 간판에서 ‘뜨거운 감자’인 판교의 또 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면 당장 평당 1000만원은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서울 남부와 성남 용인 사이의 유일한 완충녹지. 판교의 두 가지 상반된 기능이 ‘벼와 중개업소’로 드러난다.

이 곳은 76년 남단녹지로 묶이면서 그린벨트에 준하는 행정규제를 받고 있다. 수 차례 개발설이 흘러나오다 98년 성남도시기본계획에 따라 판교가 개발예정용지로 지정되면서 판교 개발이 본격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개발, 개발불가, 저밀도 개발 등 정부의 입장이 바뀔 때마다 현지 땅 값은 출렁거렸다.

올해 초 건설교통부에서 판교 개발안이 흘러나오면서 이 곳의 땅 값은 큰 폭으로 올랐다. 판교동에서 집이 딸려 있는 대지는 평당 150만∼200만원선. 올해 초 시세는 100만∼120만원으로 지역에 따라 9개월 새 50만원 이상 오른 셈이다. 백현동과 운중동의 전답도 50만∼60만원을 호가한다.

신도시개발에 따라 수용될 곳인데도 가격이 오른 것은 집이 딸려 있는 곳의 경우 이주용 택지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중개업소들은 “공시지가보다 낮은 값에 나온 매물도 있다”며 “보상비가 공시지가보다 높기 때문에 지금 투자해도 늦지 않다”고 투자자들을끈다. 거래는 한산한 편. 판교동 신한공인중개사무소 안덕중씨는 “4월부터 매기가 거의 끊긴 상태”라며 “수용이 예상되는 판교지구보다 그 주변 땅이 주로 거래된다”고 말했다.

궁내동과 금곡동 등 판교신도시 예상지역 주변 땅은 도로를 끼고 있는 경우 올해 초 평당 150만원에서 이 달 들어 200만원선으로 올랐다. 그러나 가격에 거품이 많아 실제 거래는 호가보다 20만∼30만원 낮은 값에 거래된다.

건설교통부와 성남시 등은 판교신도시를 쾌적한 저밀도 주거지역과 첨단 지식산업단지가 결합된 자족도시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성남시는 250만평 중 30%인 75만평만 주거지역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수용인구는 4만6000가구, 14만명이다. 성남시 도시개발과 김대연씨는 “아파트 용지보다 단독주택 및 연립주택 부지를 더 많이 확보해 인구밀도를 일산신도시보다 20% 이상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토지공사가 올해 초 서울대공학연구소, 한국산업개발연구원, 한아도시연구소 등에 용역 의뢰한 결과 판교지구내 74만여평에 패션벨트와 첨단지식산업을 유치한 소프트웨어밸리를 조성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국토개발연구원이 개발 방안을 들고 나왔지만 판교신도시 개발에는 걸림돌도 적지 않다. 당장 환경단체와 분당신도시 중심의 성남 시민단체가 교통난과 환경훼손 등을 지적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판교 지역 주민들도 “그동안 재산권 침해를 받은 데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판교〓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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