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호텔 난립]고양시 학교환경委 회의록

  • 입력 2000년 10월 10일 19시 00분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 김정숙(金貞淑·한나라당)의원에게 제출한 올 1월부터 9월까지의 고양시교육청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 회의록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정화위원회는 이 기간 동안 심의대상에 오른 160건의 유흥업소 영업허가건 중 단 한 건을 제외한 159건에 대해 심의해제(영업허용) 결정을 내렸다.

정화위원회는 ‘큰 건물에 가로막혀 학교에서 영업행위가 안 보인다’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유해업소들의 영업을 허용했다. 심지어 “학교장 의견에 치우칠 필요가 없다”며 학교장의 반대의견을 묵살한 경우도 많았다.

1월에는 당시 강정식(康楨植)교육장이 정화위원회의를 열지도 않은 채 8건의 유해업소에 대한 심의를 해제해 교육부 복무점검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고양시 정화위원 9명 중 4명은 교육청 관계자이고 5명은 경찰 시청 등 유관기관 관계자와 전 현직 교장이다. 정화위 회의록을 보면 왜 고양시에 러브호텔과 유흥주점 등이 난립하게 됐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회의록을 발췌 소개한다.

▽일산신도시 J초교와 113m 떨어져 있는 노래연습장 심의(1월14일)

△김모 위원〓학교와 신청지 사이에 아파트가 가로막혀 있어 학교에서 영업행위가 보이지 않고 소음 피해도 없다. 나도 학교장이지만 학습 및 보건위생상 피해를 끼칠 우려가 없는 업소는 해제하도록 돼 있다. 학교장 의견을 모두 감안한다면 정화위원회가 심의할 필요도 없다.

▽K초교 정화구역 내 비디오감상실 심의(3월13일)

△서모 위원(교육청 관계자)〓학교장은 탈선 장소가 될 소지가 있다고 했는데….

△김모 위원(전직 교장)〓학교장은 정화구역 안에서는 다 피해가 있다고 한다. 학교장 의견은 참고로 할 뿐이지 학교장 의견대로 한다면 위원회가 있을 필요가 없다.

▽N초교 및 D유치원 주변 유흥주점 심의(6월14일)

△민모 위원(전직 교장)〓신청장소는 학교와 직선거리로 130m 떨어져 있으나 큰 건물이 가로막혀 있다.

△김모 위원(현직 교장)〓동일건물에는 유흥주점 무도학원 숙박시설 게임제공업 등이 있다.

△서모 위원〓그렇다. (다른 업소들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나지 않아야 하지 않으냐.

▽K여종고 및 I초교 주변 숙박시설 심의(7월14일)

△민모 위원〓신청지는 학교와 직선거리로 184m 떨어져 있으며 큰 건물이 가로막혀 있어 학교 안에서 영업행위가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모 위원(전직 교장)〓신청장소보다 가까운 곳에 무도학원 단란주점 노래연습장 전자유기장 만화가게 비디오감상실 당구장 등이 영업중이다. 별 피해가 없을 것이다.

▽Y, H, M, H유치원 정화구역 내 유흥음식점 심의(7월31일)

△김모 위원(전직 교장)〓신청장소 옆 건물에는 단란주점, 유흥음식점들이 이미 영업을 하고 있다. 또 영업행위가 오후 6시 이후에 이뤄진다. 유치원생들은 오후 6시 이전에 수업이 끝나므로 유치원생들의 학습에 지장이 없을 것이다.

△이모 위원(시청 관계자)〓신청지가 유치원과 가까운 거리로 정화구역 안에 있으나 지하이므로 유치원에서 영업행위가 보이지 않을 것이다.

△김모 위원〓유치원생들은 유치원 통학버스를 이용하므로 학습 및 보건위생상 큰 악영향은 없을 것이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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